예순에 찾아온 어린 왕자
그 아이가 별로 돌아간 지 6년이 지났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그와 만난 그 날을 기억한다. 그가 사막 너머로 사라지던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는 떠난 것이 아니라 나를 길들인 채 내 안에 남아 있었다는 걸.
사람들은 나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정말로 어린 왕자를 만난건가요?"
나는 그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안에서 살아숨쉬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눈으로만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않은.
그는 매 순간 나를 이끈다. 그의 목소리, 눈빛, 웃음, 가르쳐 준 책임과 사랑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지팡이이자 길잡이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를 보내고 난 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여우처럼 다가와 마음을 열게 하는 이도 있었고, 장미처럼 까탈스런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말보다는 침묵을, 그가 웃는 이유보다는 울음을 감추고 있는 순간을 더 귀하게 여겼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 말이 내 안에 있었고, 그것은 또 다른 시선이 되었다.
나는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하나가 웃으면 "그래 오늘도 저기 있구나" 말을 건다.
많은 세월이 흘러 내 젊은 날의 열정도 점점 옅어져 갔지만 단 하나 흐려지지 않은 것은 그 아이가 남긴 별이다.
그 별이 마음 속 깊이 우물로 남아 기쁨을, 슬픔을 길어올리게 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안에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야."
그것은 삶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이는 날도 그 안에는 분명히 작은 우물이 숨겨져 있었다. 그 아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내 삶의 가장 맑고 깊은 우물이 되었다.
이제 나는 더는 그리움에 목메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아이처럼 장미를 돌보고, 누군가의 여우가 되어주고, 누군가의 별이 되어주고 싶다.
그는 그의 별로 돌아갔다. 나는 그 별 아래에서 조금은 더 따듯한 사람이 되었다.
가끔 깊은 밤이나 태양이 얼굴을 내미는 새볔이면 나는 사막의 바람 소리를 떠올린다. 그 속에서 조용히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를 잊지 않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잊지 않았어.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너는 나를 길들였잖아."
내가 웃으면 그 아이도 웃고, 그 아이가 웃으면 내가 웃고 있다.
그 아이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별빛 아래에서 서로를 기억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