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줄, 이어진 마음

끊어진 줄 위에서 피어난 소리

by 담서제미

해금 공연이 있는 날 아침, 여느 때처럼 수영을 다녀왔다. 물속을 가르며 나아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던 묵은 생각들이 하나씩 허물을 벗었다.


물 밖으로 나오자 피부 위에 남은 물방울이 아침 공기와 만나 작은 떨림을 만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에서 머리를 말리며 휴대폰을 켰다. 순간, 알림음이 폭죽처럼 연달아 터졌다.


'뭔 일이야, 카톡이 왜 이렇게 많이 와 있지?'
알 수 없는 불안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대화창을 열자, 첫 문장이 눈을 때렸다.


"오메, 어짜까요. 해금줄이 끊어졌어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당황과 조급함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연습하려고 악기를 꺼내는 순간, 줄이 끊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어제 오후 세 시부터 네 명이 모여 쉼 없이 연습했던 그 열정의 흔적이, 뜻밖의 불안으로 되돌아온 셈이었다.


카톡 안에서 정적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 공연, 어쩌지…?'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악기점에 가서 줄 교체하면 안 돼요."라고 하자 이미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 악기점을 다녀올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조심스러운 문장이 카톡에 떠올랐다.
"회장님 해금으로 하면 안 될까요?"


순간, 멈춰 있던 공기가 움직이는 듯했다. 회장님은 ‘진도아리랑’에서 장구 장단을 맡기로 되어 있어, 해금 연주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악기로 연주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가장 명확한 해결책이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좋아요."

"공연 전에 만나서 줄만 맞춰봐요."

공연 시작 30분 전, 우리는 공연장 밖으로 나와 장구 장단에 음을 맞췄다. 장구의 장단이 '둥―딱―' 울리자, 해금의 소리가 그 위를 스치듯 따라갔다.


‘진도아리랑’의 선율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괜찮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누군가가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호흡을 가다듬었다. 음이 맞춰지고 장구장단에 맞춰 동시에 첫 활을 그었다.


'진도아리랑'의 선율이 회장님의 장구 장단을 타고 흘러갔다. 객석에서는 따라 부르는 작은 노랫소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순간,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졌다. 우리가 연주하는 소리와 관객의 숨결이 하나의 파동처럼 이어졌다.


두 번째 곡, ‘백만 송이 장미’.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처음 활을 그었을 때 음이 흔들렸다. 악기의 탄력과 손끝의 감각이 미세하게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네 명의 소리는 잠시 서로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곡이 중반에 들어서면서, 흔들리던 음이 서서히 길을 찾았고, 두 줄의 해금은 다시 하나의 선율로 모였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귀한 순간이 있었다. 서툼과 흔들림을 서로의 숨으로 메우고, 부족함을 음악으로 보듬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따뜻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와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줄이 끊어지고 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완성된 음악은 네 명이 함께 만든 소리였다. 불안했던 아침은 어느덧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있었다.


삶도 그렇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무언가가 끊어지고,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손끝을 믿을 때 끊어진 자리에서 오히려 더 깊은 소리가 피어난다.


<깨달음 한 줄>
끊어진 줄이 멈춘 것은 소리였지만, 다시 이어준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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