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를 타고 그 시절로

마음의 종착지같은 40년 지기 친구들

by 담서제미

가을은 유난히 그리움을 태운다. 금빛 들녘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오래된 이름 하나를 떠올린다. 매년 두 번, 우리는 새마을호를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


40년 지기 대학 동아리 모임.


서울, 경기, 대전, 광주에서 사는 곳은 달라도, 일 년에 두 번 우리의 종착지는 언제나 서대전이다. 서대전역에 내리면, 마음은 벌써 친구들이 있는 곁으로 달린다.


식당에 들어서면 눈으로 친구들의 건재를 확인한다. 우리의 지정석이 되어버린 식당 맨 안쪽 자리는 이미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 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는 시끌벅적한 환영이 끝나면 우리는 40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야, 그때 그 노래 아직 기억나?"
"그 친구는 연락되냐?."


식당 한편, 테이블 위로 김이 오른다. 국물 냄새에 섞인 웃음,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그 속에 청춘이라는 단어가 다시 피어난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스무 살이 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세월이 흘러내리고, 그 시절 냄새가 스며든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1980년대 초, 교정마다 민들레가 피어나던 봄이었다.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누군가는 시를 읊던 그 시절이 흑백사진처럼 떠오른다. 대화는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든다. 퇴직해서 제 2 인생을 살고 있는 이야기, 손주이야기가 간혹 오르내리지만 대부분은 그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때 그 시절 우리를 꺼내면 추억은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따뜻한 빛을 낸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시절 그 모습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단지 달라진 건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뿐, 개구쟁이 같은 모습까지 그대로다.

기차 시간표처럼 반복되는 인생의 일정 속에서 이 짧은 만남은 잠시 멈춘 쉼표 같다.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추억을 꺼내 웃을 수 있는 시간.


'삶이란 결국, 다시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 아닐까.' 가끔은 그렇게 생각한다. 기차가 멈췄다가 또 달리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잠시 멈추고, 다시 달리며 그 길 위에서 추억과 현재가 나란히 걷는다.


주름진 눈가에 지난 세월이 겹쳐 보인다. 그 주름마다 담긴 건 함께 웃고, 울고, 살아낸 시간의 결이다.


돌아오는 길. 기차가 역에 닿을 무렵, 휴대폰이 진동한다. "만나서 즐거웠어." "다음에 또 봐." 단 한 줄의 문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40년을 함께 걸어온 인연은 이토록 담백한 안부로 이어진다.


서울, 경기, 대전, 광주. 우리의 삶은 이제 다시 흩어지지만, 다음 모임의 날짜는 이미 마음속 달력에 적혀 있다.


기차는 멀어지지만, 친구들의 웃음과 온기는 여전히 곁에 머문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청춘을 한 번 더 불러내고, 그 시절의 노래를 마음속에서 다시 틀어준다.


40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건 그 시절 우리를 묶어주던 정이다. 그 끈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새마을호를 타고 그 시절의 우리에게로 향한다.


<깨달음 한 줄>

시간은 흘러도, 마음이 기억하는 사람들은 늘 그 자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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