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스무 살
수영을 시작한 지 3개월. 물이 두렵지는 않았다. 팔, 다리, 어깨, 등, 허리 모든 근육과 관절들이 항의하듯 아팠다.
누군가 말했다.
"수영을 해보세요. 관절이 편안해질 거예요"라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오래 글을 쓰기 위해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킥판을 잡고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두 다리가 허공을 허우적대듯 물속에서 헛돌았다. 팔은 물을 밀어내지 못해 제자리에서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물은 늘 정직했다. 힘을 빼면 앞으로 나아가고, 조급해지면 그 자리에서 맴돈다는 걸 차츰차츰 몸으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3개월이 지나고 어정쩡한 폼이지만 이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발차기, 손동작, 숨쉬기가 매번 어긋나 버둥거리다 일어서기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속도로 조금씩, 반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서고, 버벅거려도 다시 뜨고, 숨이 차오르면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누구보다 느리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나답게. 내 속도대로 천천히 하면 된다는 사실. 그 깨달음을 얻는 데 꼭 거창한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인생이 정년퇴직이라는 마침표 앞에서야 비로소 천천히라는 단어를 허락해 주었다. 지금 나는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인생도 다시 배우는 중이다.
서두를 것도, 조급할 것도 없다. 뒤처지는 것 같아도 괜찮고 어정쩡해도 상관없다. 이제는 나를 다그치기보다 나를 기다려주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2025년도 이제 한 달 남았다. 정년퇴직하고 맞는 두 번째 12월. 예순앓이와 퇴직앓이를 했던 작년보다 올해는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다. 일과 역할로 가득했던 삶에서 벗어나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물속에서 발차기를 배우고, 숨을 고르고, 내 삶의 호흡을 다시 맞춰가는 시간.
지금 내 앞에 펼쳐진 12월은 마치 수영장 물결처럼 잔잔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더 빨리 가야 한다는 강박도 이제는 내 안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살아보니 알겠다. 어떤 목표든, 어떤 회복이든, 어떤 변화든 느린 속도가 오히려 오래간다는 것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때로는 가장 내적인 성장을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물속에서 내 몸의 리듬을 찾는다. 조금 엉성해도, 조금 느려도 나답게 헤엄쳐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멈추지 않고. 숨이 찰 때마다 쉬어가면서 다시 나아가는 연습을 하면서. 이 모든 경험이 내 세 번째 스무 살을 단단히 지탱해 준다.
2025년도 한 달이 지나면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는 안다. 빠르게 가는 것이 잘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정쩡해도 좋고 느려도 괜찮다는 것을. 내 삶이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물 위에서 조금씩 전진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끝의 떨림, 숨을 고르며 다시 뜨는 순간의 안정감, 내가 나를 응원하는 마음.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첫날, 나는 마음속에 이 한 줄을 적어본다.
"2025년도 기적과 감동이었어. 매 순간, 순간이. 남은 한 달도 잘 살아보자"
<깨달음 한 줄>
인생도 수영처럼, 조급함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