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과 2024년의 간극
아래 기고문은 2007년 11월 21일 수요일에 기고했던 글이다.
그때 당시, 자녀들에 대한 취업은 물론 학점관리, 진로 등등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나에서 열까지 부모가 나서서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죽하면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2024년은 어떤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일컫는 용어가 '헬리콥터 부모'에서 '캥거루 세대'로 달라졌을 뿐 지금도 여전하다.
표면적으로는 더 심해졌다. 직업상담현장에도 부모들의 개입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손길이 직장에까지 미친 경우도 있다.
"우리 아들이 아파서 출근을 못할 거 같아요"
심지어,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니 힘들지 않은 일로 바꿔주세요"라는 전화까지 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헬리콥터부모'와 '캥거루 세대'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해 왔다.
2000년대의 '헬리콥터 부모'현상과 2020년대의 '캥거루세대'는 이 변화의 한 축을 상징한다.
두 개념은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역할과 의존성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둘은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용어는 2000~2010년대에 자주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마치 헬리콥터가 머리 위에서 떠다니듯 자녀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통제하는 부모를 가리킨다.
주로 교육과 진로에 대한 열성적인 개입을 통해 나타나며,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상은 경쟁이 극심했던 당시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대학입시 경쟁, 치열한 취업시장, 글로벌화된 경제 상황은 부모들에게 자녀의 미래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주었다. 이에 따라 부모는 자녀가 실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개입하고 지원했다.
그들은 자녀의 학교생활은 물론, 직장생활, 인간관계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이러한 부모의 행동은 자녀의 독립성을 억제하고, 오히려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2024년의 '캥거루세대'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마치 캥거루새끼가 어미 주머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캥거루 세대의 등장은 경제적 이유와 깊은 연관이 있다.
2024년, 젊은이들은 높은 집값, 불안정한 고용 시장, 저성장 경제들의 영향으로 독립적인 삶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을 하더라도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 환경이 이들을 부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이나 선택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팬데믹 등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도 이 현상을 심화시켰다.
헬리 콥터 부모와 캥거루 세대는 모두 부모와 자녀 간의 긴밀한 관계를 나타내지만, 그 동력은 다르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적극 개입하며, 자녀를 독립시키지 않고 보호하려는 의도를 지녔다.
반면, 캥거루 세대는 자발적인 독립을 원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헬리콥터 부모의 자녀는 부모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자녀의 자립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대로, 캥거루 세대는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서 부모는 더 이상 자녀의 삶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자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로 변모했다.
이 두 세대 간 부모-자녀 관계의 차이는 시대적 배경과 사회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의 긴밀한 연결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중요한 차이점은 부모의 역할이 통제에서 지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제 자녀가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독립성보다 성공에 무게를 두었고, 자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캥거루 세대에서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부모는 더 이상 자녀의 삶을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자녀의 독립을 지지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7년의 헬리콥터 부모와 2024년의 캥거루 세대는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 둘은 모두 부모와 자녀 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과거의 부모들은 자녀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성공을 위한 길을 제시했다면, 현재의 부모들은 자녀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로 변화했다.
이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역할과 관계 역시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어떤 형태의 가족관계가 만들어지던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간섭이 아닌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다.
"내 자식이 힘들어하니 힘들지 않은 일로 바꿔주세요"가 아닌, "난, 너의 저력을 믿는다.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최고의 지지자 부모.
갈수록 부모역할도 쉽지 않을 듯하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지고 빈익빈, 부익부는 더 고착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 곳곳에 '효과적인 부모역할 교육'과정이 생겨 누구나 생애 처음 해보는 부모라는 명사의 짐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좀 더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