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둘) 포기와 도전사이에서, 청춘의 방황과 재발견
<포기와 도전 사이에서>
그녀는 40대 중반 주부였다. 중소기업에서 경리 업무를 봤던 그녀는 결혼함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십 대 중반에 결혼한 그녀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었다. 결혼 전에 쌓았던 경력은 이미 쓸 수가 없었다. 막상 일을 하려고 보니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다.
“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과거에 했던 일들, 가정에서 쌓은 능력을 천천히 정리해 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자녀를 키우면서 시간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가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를 하나씩 써 보라고 했다. 그녀는 A4 가득 써 내려갔다. 애들만 키웠지. 자신이 쓸모 있는 일을 한 적이 없다던 그녀는 자신만 몰랐지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셨어요.”라는 질문에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라고 했다.
나는 그것에 집중했다. 집에서 음식을 잘 만드는 것과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별개였다. 우선 직업훈련 한식 조리사과정을 다닌 후 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하자고 했다. 그녀는 훈련을 수료한 후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그녀는 어린이집 조리사로 취업이 되었다.
“선생님, 저는 일을 찾은 게 아니라, 저 자신을 다시 찾은 것 같아요.” 월급을 받아 “이거 엄마가 일해서 번 돈이야. 자, 용돈”이라며 아이들에게 봉투를 내밀자, 손뼉을 치더라는 말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친정에도 자신이 번 돈으로 선물을 할 수 있으니 좋다는 그녀의 말은 내 가슴 깊이 남았다.
직업상담은 단순한 취업 지원이 아니었다. 잃고 살아온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청춘의 방황과 재발견>
한 번은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찾아왔다. 그는 학벌도 좋았고 자격증도 많았다. 문제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모르겠어요. 대학도 부모님이 가라고 하는 곳으로 갔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직장조차도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의 눈 속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공기업, 대기업에 취업이 된 친구도 공무원이 되어 자리를 잡은 친구도 있지만 자신은 방황하는 중이라 했다.
“그동안 적성이나 흥미검사를 해본 적이 있어요.”라고, 묻자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를,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던 구직의욕 고취 진로지도 프로그램인 CAP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다. 4일간 하루 6시간씩 12~15명이 프로그램실에 모여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상담프로그램이었다. 그는 흥미와 가치관을 탐색했다. 좋아했던 과목, 흥미를 느꼈던 프로젝트,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과 대화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그는 자신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했던 그는 사회 복지사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사회 복지사로 취업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길을 선택했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낍니다.”라며 미소 짓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비록 친구들보다는 월급도 적지만 일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나중에 그 분야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지금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때 대기업에 들어갔던 친구들이 지금은 퇴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는 방황 끝에 찾은 직업에 날개를 달고 있다. 직업상담은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숭고한 일이었다.
공지) 지난주에 이어 직업상담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1 이야기를 당분간 연재합니다. 언제 끝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