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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바오바브나무1

삶을 돌보는 일

by 담서제미

다시 만난 어린 왕자의 눈은 여전히 깊었다. 햇빛을 머금은 듯 따스하고 별빛을 담은 듯 고요한 눈.

그 눈 속에서 어릴 적 나를, 잃어버린 마음 하나를 보았다. 어린 왕자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할머니, 별은 매일 아침 세수를 시켜야 해".


"별을 세수를 시키라고"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한 편이 뜨거워졌다.


그날 우리는 바오바브나무 이야기를 오래도록 했다. 어린 왕자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소한 듯했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이 있었다.

"바오바브나무는 처음에는 아주 작아. 다른 싹과 구별도 잘 안돼. 하지만 가만히 두면 별을 통째로 삼켜버려."


나는 그 말에 숨이 멎는 듯했다. 내 안을 들킨 것 같았다. 내 마음에도 이미 자라난 바오바브나무들이 곳곳에 있었다. 내 안의 부정과 외면, 일부러 모른 척 살아온 시간, 쓸데없는 고집들. 그 모든 것들이 내 별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사소했다.

아주 작게 싹이 나는 바오바브나무처럼.

'고맙다는 것도 미안하다는 것도, 서운하다는 것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

그건 작은 싹일 뿐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마음 틈새를 타고 뿌리를 내렸다.

"지나가겠지."

"말해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바쁘니까 다음에."

그렇게 넘긴 말들이, 어느 순간 별을 가릴 만큼 커다란 그늘이 되어 있었다.


'작은 일을 소홀히 하면, 큰일이 되어 돌아온다'는 플루타르코스 명언처럼 작은 싹에서 모든 감정들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말했다.

"바오바브나무는 뿌리가 깊고 커서, 한 번 자라면 뽑을 수 없어."


그 말이 내 마음을 찔렀다.

내 마음속 장미도, 그 섬세하고 아름답던 감정들도 바오바브나무의 그늘에 가려 햇살조차 받지 못하고 시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뽑아야 해. 귀찮아도, 매일"

왕자의 말은 따스하면서도 단호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란 거창한 말보다 지루할 만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다는 걸, 예순의 내가 이제야 이해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루한 일을 반복할 줄 아는 용기였다.


나는 물었다,

"너는 어떻게 바오바브나무를 돌봐?"

그는 대답했다.

"그건 나의 장미를 지키기 위한 일이야. 장미가 웃으려면 별이 건강해야 해. 그래서 나는 매일 별을 세수시켜"


그 말에 숨을 한 박자 늦게 쉬었다. 그는 사랑의 본질을 말하고 있었다. 사랑이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것이라는 걸. 사랑은 매일매일 우리가 내미는 손길속에 있었다. (목요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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