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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바오바브나무 2

매일의 사랑에 대하여

by 담서제미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나를 돌보지 않았는지 떠올랐다. 무심함속에 자라난 바오바브나무, 직면보다는 회피를 택한 깊은 뿌리,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 지레짐작한 마음이 이끼가 되어 장미의 숨을 막고 있었다.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할머니 별에도 바오바브나무가 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있었지. 지금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걸. 하지만 이제는 매일 들여다본단다. 늦기 전에 손으로 뽑아내지."

그는 말했다.

"할머니도 사랑을 아는구나"


그 말은 칭찬이었고, 작은 구원이었다. 사랑은 어쩌면 이렇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작은 용기, 조금 더 잘 자랄 수 있게 다듬어 주는 손길, 말없이 내미는 손끝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사랑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이었다.


나는 매일 내 마음의 별을 닦는다. 작은 감정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바오바브나무가 되기 전에 뽑아낸다.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은 물론, 누군가를 따뜻하게 사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오늘도 별은 내가 돌보는 만큼 빛난다. 눈에 띄지 않는 뿌리를 살피는 손길을 통해 장미가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운다.


예순의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묵묵하게 내미는 매일 매일의 손길에 있다는 것을. 그는 다시 돌아갔지만 나는 그로 인해 내 마음의 별 하나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별을 함께 닦는 일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내 마음에 말을 건다.

"괜찮아, 오늘도 너를 들여다볼게."

손끝으로 조심스레 마음속 바오바브나무 싹을 하나씩 뽑아낸다.


이것이 내가 '어린 왕자'에게 배운 가장 조용한 사랑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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