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는 법
나는 그에게 물었다.
"해를 보면 슬픔이 사라져?"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슬픔은 사라지지 않아. 그저 조금 부드러워져."
부드러워진다는 의미를 생각했다. 실체가 없는 슬픔이 보들보들 솜털처럼, 하늘거리는 린넨처럼, 말랑말랑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슬픔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부드러워지는 거였다. 바위보다 더 단단한 슬픔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칼날보다 더 예리한 아픔이 어느 순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어린 왕자는 슬픔이 밀려올 때면 어떤 날은 하루에 마흔 네 번 해넘이를 바라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것이 비결이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단단한 슬픔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가장 깊은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노래가 된다'라고 했다.
어린 왕자는 슬픔을 두려워하지도 외면하지도 않았다. 슬픔이 지나갈 수 있게 의자를 당겼다. 해가 질 때마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빛이 사라질 때까지 응시했다.
그 조그만 별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그는 고요하게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예순에 다시 만난 그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슬픔이란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억지로 넘어서야 할 고비가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바라봐야 하는 것이었다.
의자를 옮기듯, 마음을 조금씩 옮기며, 조금 더 나은 자리에서 슬픔을 천천히, 부드럽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석양이 물들기 시작한 어느 저녁, 해가 지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금씩 다르게 물들고 있는 하늘을, 그 아래에서 숨죽이고 있는 내 마음을 석양에 올려보냈다.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고 나는 알았다. 슬픔을 품는다는 것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의지라는 것을. 때로는 주저앉아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면 그 모든 게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말했다.
"해가 지면, 별이 와."
나는 웃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환희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은 더 찬란하게 빛났다. 삶이란 슬픔과 기쁨 한 조각을 하늘에 담는 일이었다. 나는 오늘 내 안의 의자를 조심스레 끌어당겼다. 또 하나의 석양을, 또 하나의 슬픔을 다정하게 보내기 위해.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마흔네 번의 석양처럼 조용히 품기 위해.
이제 나는 슬픔을 껴안는 법을 배워간다.
그것은 가장 다정한 기다림이자 가장 조용한 용기다.
나는 믿는다.
해가 진 자리에는 언제나 별이 뜬다는 것을.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희미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별에게 슬픔 하나를 띄워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