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랑과 오해
"그 장미는 좀 이상했어."
동쪽에서 해가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 아래 쭈그리고 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말이 너무 많았어. 투정도 어찌나 많이 부리던 지. 어떻게 할지 난감했어."
그는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가끔은, 너무 예쁠 때도 있었어."
가끔은 너무 예쁠 때도 있었다는 그 말속에는 애틋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 어린 왕자 목소리에는 특징이 있었다. 그가 사랑했던 존재에 대해 말할 때는 언제나 목소리가 흔들렸다.
장미는 그의 별 위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존재였다. 하루아침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햇살을 기다리고, 바람을 견디고, 갈증을 이겨내며 아주 느리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왕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봉오리를 맺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든 모습을. 하지만 꽃으로 온 장미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장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벌레는 무서워."
"나 추워."
"유리 덮개는 어디 갔어."
장미는 어린 왕자에게 끊임없이 많은 걸 요구했다. 그 말들이 때때로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장미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걸까? 왜 자꾸 짜증을 내는 거지?. 사랑은 왜 이토록 어렵고 복잡할까?
사랑은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매번 미숙했고, 서툰 마음은 자주 투정이라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불안한 마음은 내가 사랑하고 아껴야 할 대상 앞에서는 더 예민해졌다.
자존심이 강한 장미처럼 사과하지 않았다. "가지 말아 줘"라고 말하지 않았다.
"너는 까다롭기만 해"
"그냥 귀찮아"
서로의 진심은 입 밖으로 내뱉은 말들로 인해 이미 가시에 찔려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서툴고 모질었다. 사랑을 잘 몰라서 자주 상처 주었고, 서운하게 했고, 결국은 서로를 놓치기도 했다.
서툰 마음이 서툰 말을 낳고 서툰 사랑이 오해를 만들었다.
내가 아껴야 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친절해야 할 사람에게 가장 많은 심술과 짜증을 내곤 했다. 깊숙이 들어가 보면 그 밑바닥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형태였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수시로 잊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작은 손으로 모래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 안에 무엇을 담을까 망설이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장미는...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어. 그리고 나도 그 애를 좋아했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말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들었다. 그 말은 예순의 나에게도 익숙했다. 살아온 동안 겪은 크고 작은 상처는 진짜 마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툴디 서툰 말과 행동에서 시작되었다.
후회는 항상 때를 놓쳤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진심이 나중에야 보였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떠났다.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라 상처받기 싫어서였다. 장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붙잡지도 않았다. 왕자가 돌아서고 나서야 혼잣말을 했다.
"미안해... 행복했어."
그 말은 너무 늦게 도착했다. 하늘은 이미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예순의 내가 그를 만나 배운 것은 사랑이란 결국, 이해받고 싶은 마음의 반복이라는 것이었다. 장미는 사랑을 투정으로 표현했고, 그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에, 더 많이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지금도 장미를 생각해?"
그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지금은 그 애 말이 이해돼."
그의 미소에는 회한이 들어있었다. 사랑을 알아차리기까지 우리는 많은 계절을 지나야 했다. 그 계절들은 언제나 늦게 찾아왔다.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해졌다.
별이 찾아온 하늘에 장미의 기억이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흘렀다. 그와 나는 모래 위에 장미꽃을 조심스레 손끝으로 덮었다. 여전히 그 장미를 서로의 마음 안에 품고 있는 듯이(목요일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