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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책임진다는 건 2

사랑이 머무는 방식

by 담서제미

밤이 깊어지자 하늘의 별들이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별들은 각자 자리에서 고요히 빛을 뿜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모래에 남은 작은 흔적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할머니, 사랑은 책임지는 거야"


책임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책임.

한때는 그 단어의 무게가 버거웠다. 때로는 바위보다 더 무거운 굴레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어린 왕자가 말한 책임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한없이 따뜻했다.


"진정한 사랑은 소유가 아니야. 그것은 책임과 돌봄이야"


그가 말했다.


"내가 그 장미를 키웠어.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비가 오면 덮개를 씌워주고, 벌레가 오면 지켜줬어"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의 습관이었다. 단지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가슴이 저릿했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사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책임지지 못했던가.


'사랑한다'말하면서도 등을 돌렸다. 서운함 앞에서 그 밑마음은 보지 못한 채 도망쳤다. 두려움 앞에서는 침묵했다.


책임은 단순히 곁에 머무는 것 이상의 의무였다. 책임은 그 사람의 불안까지 끌어안는 일, 그 사람의 어리광까지 이해하는 일, 그 사람의 투정까지 사랑하는 일이었다.


사랑은 철두철미하게 완벽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곁에 남아 있기를, 머무르기를 바랐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애는... 지금도 내 별에서 나를 기다릴 거야."

쓸쓸한 듯 고백처럼 내뱉는 그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사랑은 때로, 기다림이 되었다. 바라지도, 묻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것.


나는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혹시 다시 갔는데 장미가 널 모른 척하면?"

그 말 뒤에는 아주 많은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는 작게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 내가 그 애를 사랑했으니."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사랑이란, 결국 내 마음의 진심을 다하는 일이었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든, 그 마음을 끝까지 품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다. 사랑은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끝까지 머물 뿐이었다.


해가 진 곳에 별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섰다. 그 손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내 장미를 지켜야겠어."


예순,

나는 이제야 한다.


사랑은 화려한 시작이 아니라, 조용한 지킴이라는 것을.

소유가 아니라 묵묵히 지키는 책임이라는 것을.

말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의 작은 행동이라는 것을.


나는 내 마음의 별에 물을 준다.

작은 불안도, 작은 상처도, 놓치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가 장미를 지키듯, 내 별에도 여전히 내가 지켜야 할 장미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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