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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 사랑은 남는다 1

떠나야만 했던 마음

by 담서제미

사막의 새벽, 동이 트기 전 모래는 희미한 붉고 푸른 보라빛을 머금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머니, 나..."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별을 떠나기로 했어."


그 말속에는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슬픔이 있었다. 그는 장미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사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마치 그를 별에 묶어두려는 족쇄처럼.


장미는 수시로 어리광을 부렸고, 투정을 부렸다.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마음을 걸어잠그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이 장미에게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애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지도 몰라."

그 목소리에는 절망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진짜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인 지도 몰라."

그는 어떤 어른도 쉽게 할 수 없는 고백을 나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홀로 남겨진다는 두려움과 떠나는 슬픔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는 가장 조용한 용기였다.


그는 말했다.

"장미는 내가 떠나는 걸 알면서도 날 붙잡지 않았어."

그 말은 가벼웠지만 무게는 바위보다 더 무거웠다.


붙잡지 않는 사랑. 그것이야말로 가장 깊은 신뢰라는 걸 그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장미는 떠나겠다는 그를 향해 말했다.

"가끔 나를 생각해줘. 하지만 괜히 머물지는 말아줘."

그 말은 눈물보다 더 애절했다.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미를 위해 유리 덮개를 씌워주었다. 바람이 너무 차지 않게, 햇살을 피할 수 있게, 그가 없는 동안에도 장미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사랑은 떠난 후에도 상대의 삶을 축복하는 일이었다.


나는 예순의 마음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사랑은 함께 있는 동안보다, 헤어진 후에 더 빛나는 것인지 모른다. 떠난 이후에도 서로의 기억 속에서 다정히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증거였다.


"할머니, 사랑은 묶는 게 아니야."

그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 애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멀리 있어도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말이 자꾸 괜찮지 않다는 말처럼 들렸다.


어른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사랑을 소유하려 했다. 확인하고, 붙잡고, 지키려 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었다.


사막에 바람이 일었다. 그 곳에서 나는 장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날 위해 슬퍼하지 말아줘. 나는 너를 기억할 테니까."


장미의 그 말은 별을 떠나는 어린 왕자의 발걸음을 조용히 배웅해주는 따뜻한 손길이었다.(목요일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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