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 알바를 한다는 것
자존감과 자존심
알바를 한 지 2달이 다되어간다.
일주일에 2번.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아기 둘 엄마로서는 최고 시간의 아르바이트.
시급도 11500원.
내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우 재밌었다.
6년 동안 일을 안 하고 아이만 보기 시작하다가 아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가 나와서 재미있게 알바를 하고 있다.
사장님 두 명, 아르바이트생 4명
사장님은 40대, 아르바이트생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20대 초반
아르바이트생의 당연한 나이인 20대
20대 초반에 처음 알바를 했을 때 28살 언니가 알바를 같이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그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28살에 알바를? 왜 직장을 안 구하지?
나는 뭔가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이 있어야 취미활동이라도 하는 것.
문화센터도 다녀보고 요가도 해보고 하루 종일 누워도 있어봤는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건
죄책감과도 같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일이었다.
아이 키우는데 나름 최선을 다하는데 커리어는 점점 떨어지는 것... 그게 나에게는 힘들었다.
알바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단 4시간, 일주일에 2일만 일하면 되는 일이라 매우 재미있게 시작했다.
근데 뭔지 모르게 나의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눈빛이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만의 망상에 빠진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왜 알바를 하지?' '능력이 없나?' '30대 중반에 알바를?'
나 혼자만의 망상이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약간의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 나에게 자존감 하락이 시작됐다.
알바를 하다가 실수를 한번 했다.
사장님께 혼났는데 하루 종일 그 생각뿐이다. 30대 중반에 누군가에게 혼나는 것도 참 힘들다.
근데 관점이 다르다. 20대 초반이었으면 왜 저래 생각했을 텐데 진짜 죄송했고, 진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다른 관점으로 힘든 건 사장님의 생각을 내 맘대로 읽어버린다 '30대 중반이 와서 힘드네...' 이렇게 생각할 것만 같다.
(우리 사장님은 좋은 사장님이다. 내가 본 직장 상사 중에 제일 성실하고 재미있고 위트 있다.)
나의 망상은 나를 갉아먹는다.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은데..... 나의 망상이 나를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