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알바 잘리다.
왜 하필 실수한 다음일까
샌드위치에 토마토가 들어간다.
토마토에 수분이 많아 키친타월로 닦은 다음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날따라 일이 잘됐다. 일도 즐거웠다. 발걸음도 가볍고 일 중간에 마시는 커피도 맛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정리하는데 사장님이 불렀다.
"토마토 키친타월로 닦았어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서 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순간 저장된 장면에 토마토 사이에 키친타월이 들어 있지 않는 장면이 보인다.
"기억이 나질 않아요"
"기억을 해야 해요. 컴플레인이 두건이나 들어왔어요. 물에 적신 빵을 먹은 것 같다고 손님이 컴플레인을 했어요."
기억이 났다....
"아.... 닦지 않았어요. 죄송해요...."
내가 만든 샌드위치 총 14개. 그중 2건이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것은 샌드위치 중 대부분 물에 적신 빵을 먹은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너무 죄송했다. 일차로 사장님께 너무 죄송했고, 손님들께도 죄송했다.
사장님께서 얼마나 빵에 진심인지 알아서 너무 죄송했다. 컴플레인이 너무 싫다던 사장님의 말이 생각이 났다.
너무 죄송했지만 입이 뻥긋 해지지 않았다.
"다음부터 주의해주세요" 나긋나긋 얘기해주시는 사장님.
우리 사장님은 친절하시다.
유머도 있고 일에 대해 확고한 철학(?)도 있으시고, 무엇보다 진심이시다.
또 놀랐던 것은 알바생인 우리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하신다. 수많은 상사를 겪어봤지만 우리 사장님처럼 최선이신 분은 보지 못했다.
손님들께도 진심이시고 항상 많은걸 보답해주시고 싶어 한다.
알바생한테도 마찬가지다. 오늘 3시간 일했어도 4시간 일한 돈으로 보상해주고, 바쁜 것에 대해 미안해하신다.
항상 고맙다 수고했다는 멘트에 하루의 고단함을 녹여준다.
대형 실수를 저지르고 난 뒤 너무 죄송해서 하루 종일 문자 보낼까 말까 고민했었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생각을 잠식시켰는지 알았던 이틀 뒤 핸드폰이 울렸다.
사장님이다. 무슨 일이지?
20분간 긴 통화를 했다.
어깨가 많이 아픈 사장님께서 일을 많이 못할 것 같아 일을 줄인다고 했다.(빵의 수량)
알바생이 필요 없어질 것 같아서 이번 주부터 안 나오면 된다는 연락이었다.
너무 미안해하는 사장님이었다.
고작 한 달 반 정도 일했는데 이렇게 대해주는 사장님도 안 계실 거다.
봉급도 약 10만 원 정도 더 넣어주셨다. 피자라도 사 먹으라고 우리 인연 끊지 말자고 울먹이던 사장님이었다.
사장님 어깨 아픈 건 알고 있던 거고 이 얘기는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사장님의 진심을 누구도 부정 안 할 것이다.
전화받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간 실수 투성이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야채 털 때 물기를 많이 빼 달라고 했는데 물을 덜 털었던 모습
퇴근하라고 했을 때 누구보다 빨리 앞치마를 벗었던 모습
토마토 물기를 빼지 않고 샌드위치를 포장했던 모습
커피 먹으라고 했을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매번 먹던 모습
한 달 반 동안 일하면서 일하러 가는 것보다 힐링하러 가는 느낌이 가득했었는데
그 일을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또 민폐만 끼치고 온 모습이 남은 모습 때문일까
고작 알바 자리 일 뿐인데 그만 나오라는 얘기 덕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 말고도 여러 가지 생각이 꿈툴꿈틀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부담스러웠을 거야. 맞아 내가 손이 좀 느리지. 표정도 밝지도 않았던 것 같아
나 같아도 나보다 다른 아이를 선택했을 거야.
이런 바닥 치는 자존감
고작 알바뿐이잖아.......?
당분간 헤어 나오질 못할 것 같다.
남편도 웃으면서 "실직자 됐네~ 축하해" 이 얘기가 농담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면 그다지 엄청난 타격은 입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았던 곳이라 더더더더더더 아쉽다.
이 아쉬움을 견뎌야겠다. 오늘도 견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