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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Mar 21. 2022

만약 당신의 남편이 쓰러진다면

기승전 부동산 만이 답일까?

 만약 당신의 남편(혹은 부인, 그러나 남편일 경우를 가정해 보자.)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다면?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여기서 당신이 일을 하고 있다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남편의 병간호를 당신이 해야 한다면? 물론 간병인에게 남편을 맡기고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병인에게 비용을 지급하면서 남편의 병원비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게다가 어린아이들까지 있다면... 사실 생각만 해도 싫은 상상이다. 그러나 절대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누워 있고 내 친구가 생계를 짊어지는 친구가 몇 있다. 사실 그 친구들을 옆에 두고 있지만 정말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기에 잠깐은 감정 이입이 되다가도, 결국 내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정확히 말하면 남편)는 이 부분에 대해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프리랜서이다 보니 고정 수입이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린이집 다닐 때는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맡기고 일을 했는데, 다 크고 나니 뭔가 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게만 느껴진다. 알 만큼 알아서 일까? 그래서 나는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어 혼자 등하교하고 집에 몇 시간 정도 있을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가계 수입의 대부분을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더욱 불안해한다.


내가 쓰러지기도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생각해 보았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을 가끔 이렇게 나에게 진지하게 궁서체로 물어본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단 갖고 있는 부동산 등을 다 처리하고, 집도 줄이고... 나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겠지?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가장 사람들이 쉽게 하는 안전장치가 아마 보험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그 사망보험금으로 나와 아이들이 몇 년이나 살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뭐... 부동산 등 정리하고...
그걸로 일단 대출도 다 갚고
빨래방이라도 열심히 하면서 투잡 뛰어야겠지?


 그렇게 말한 나에게 남편은, "부동산은 네가 팔고 싶을 때 다 팔리는 줄 알아?"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나중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슬픈 얼굴로 잔소리를 하는 남편.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 말데꾸를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마음속 깊이 양가 부모님이 우리를 거두어 주시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점점 늙으시는 양가 부모님을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일 좋은 것은 서장훈처럼,
몇 백억의 빌딩을 갖고 이자를 내고도 몇 백만 원이 남는,
그런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 하는 것이야.


기승전 빌딩인가. 기승전 부동산이다. 모두의 꿈, 바로 경제적 자유. 남편 주변에도 몇몇 파이어족들이 있다. 늘 그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남편 없이 혼자서 어떻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언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가족의 투자의 방향을 모두 남편에게 맡기고 서포트만 해 왔던 나. 솔직히 아직은 부동산에 대해 마음에 동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더 먼저 이루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남편은 말한다.


자아실현도 좋지만, 제발 내가 어떻게 되었을 때
너 혼자 살 수 있도록
해 두어야 하지 않겠어?



 이런 생각만 하고 산다면 사실 너무 불행할 것 같다. 지금의 나와 가족, 눈앞에 있는 행복을 즐기지도 못하고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방어만 하다가 죽으면, 그것 또한 억울하지 않을까? 그 적절한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는 그 경계 말이다.


 남편의 시어머니는 남편이 어릴 때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늘 지인이랑 땅이나 건물을 보러 다니는 부동산 투자가셨다. 부동산이라고는 1도 관심 없는 친정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부동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부동산을 하나 둘 모으셔서, 결국 아버님이 회사까지 그만두셨다고 한다. 일을 안 해도 풍족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님은 암에 걸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셨다. 결국 남편이 나와 결혼하기 1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열심히 투자를 하셨던 어머니는 손주도 한 번 안아 보지 못한 체 눈을 감으셨다. 이제 편히 사실 날만 남았었는데... 손주 돌보며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시면 되셨는데... 참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남편은 "그래, 그렇게 돈만 열심히 벌면 뭐해. 즐기면서 살아야지"라고 말은 했으나, 그 '피'는 못 속이나 보다. 결국 남편 또한 어머님이 살아생전에 하셨던 것처럼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투자를 하고 있다. 혹시라도 오해를 하면 안 된다. 시어머님이 하나 둘 모으셨던 부동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머님이 암으로 투병하실 때 대부분 다 팔아서 돌아가실 때쯤에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님은 다시 취업을 하셨다.)


 어머님을 생각이 많아진다. 어쨌든  정도 자산이 있었기에 그동안의 투병 생활도  버틸  있었을 것이며 아버님도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어머님 곁을 지킬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왠지 그렇게만 살다 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머님은 어머님 나름대로 행복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입장이라면 허무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수가 없다. 이제는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족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또한 그리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편이 말하는 자아실현 말고, 나의 온전한 나 개인의 노후를 위해서 말이다. 정말 기승전 부동산 만이 답일까? 사실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으로만 돈을 버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면 결국 노동이 아닌, 돈이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하나 둘 부동산을 모으기 시작했고 빨래방도 연 것이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한가 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듯 하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부부는 또 다른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 아슬아슬한 삶의 경계를 넘나 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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