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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Jul 04. 2022

내가 미련한 이유

미련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 이루어지는 꿈

크로키 293일 차

그림일기 435일 차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 105일 차

명심보감 필사 90일 차

브런치 글 35개 발행


나는 남들보다 특출 난 것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친구들 중에서는 그림을 잘 그렸던 편이지만 미술학원에서는 칭찬받지는 못했다. 국어보다는 수학을 좋아했지만 이과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수학 잘하는 문과생 정도였다. 공부도 뛰어나게 잘하지는 않았지만 반에서 손가락 안에는 드는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하나의 분야에서 최고나 1등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일까? 나는 우리나라 최고 통역사가 되고 싶어 통역 대학원을 들어갔지만 결국 최고의 통역사가 되지는 못했다. 부동산 투자도 잘하고 싶어서 공인중개사 자격을 땄지만 지금은 장롱에 고이 모시고 있다. 사업도 해보고 싶어서 셀프빨래방을 열었지만 그것도 평타만 치고 있을 뿐 목표로 하던 최고 매출을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다시 고시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통 그 분야의 최고들은 그 분야만 파고들어도 될까 말까 하는데, 나는 한 분야를 다 파지도 못하고 또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려 발을 담근 셈이다. 그러니까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덕분에 N 잡러라는 타이틀은 얻을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서일까?


작년부터 그림과 글에 눈을 떠서 매일 꾸준히 하고 있고, 또다시 글과 그림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이 바로 저 위에 적어 놓은 숫자들이다.

흔히들 “책을 한 권 낸 사람은 많지만 꾸준히 계속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들 한다. 사실 화가 중에도 그렇다. 초작만 남기고 사람진 화가들도 많다. 그렇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모두가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고 글을 잘 쓴다고 모두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계속 그려야 화가가 되는 것이고 글도 계속 써야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나의 별명처럼 나는 뭔가를 꾸준히, 미련하리만큼 지속하는 것은 자신 있다. 최고가 되려고 하는 욕망이나 의지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작만 하면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긴 한 것 같다. 가끔은 그러한 내 성격을 보고 답답하다, 미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성실하다, 우직하다는 말도 듣는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블로그에 뭐라고 매일 적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기회만 되면 글 쓰는 작업에 합류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주 1개의 브런치 글을 발행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1일 1 그림을 1년 이상 꾸준히 실천하고 있고 한동안은 이모티콘을 매달 1개씩 도전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많이 보고 수집하였고 그림 관련 책도 꾸준히 읽고 있다. 그리고 글과 그림으로 하루 나의 일과를 그림일기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는 나만의 루틴으로 내가 하고 싶은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다. 언젠가는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내 꿈을 향해 지속해오다 보니 나에게도 작은 기회들이 오기 시작했다.

당신의 인스타를 보고 있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요.
혹시 가르칠 생각 없으세요?


브런치 글을 잘 보았습니다. 혹시 연재 가능하세요?



당신과 함께 콜라보하고 싶어요.


매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듯 내가 빌었던 소원들이 하나 둘 이루어지려 한다. 물론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멋진 화가가 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작가가 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작은 기회들이 온 것 또한 절대로 내 능력치가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글 실력과 그림 실력이 최고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길을 꾸준히 쉬지 않고 걸어온 것을 본 사람들이 나의 그 성실함을 크게 사는 것 같다. 온 마음을 다해 매일 꾸준히 하면 적어도 ‘성장’은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그 ‘성장’을 멋지게 봐주신 것이 아닐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 시합만 하면 늘 꼴찌였다. 우리 엄마 말로는 내가 엉덩이가 무거워서 잘 뛰지 못한다고 했다. 반면 장거리 달리기 만큼은 자신 있었다. 물론 1등은 한 적은 없다. 그러나 늘 선두를 지키며 끝까지 달렸다. 내 인생도 단거리 시합처럼 빨리 달리기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보다 빨리 뛰어서 1등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거리 시합처럼 꾸준한 속도로 달리는 것, 한 바퀴 한 바퀴 성공시키면서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 계속 똑같은 운동장을 끝없이 돌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것. 그렇게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움직이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나만의 작은 성공 비결이 아닐까 싶다.


나는 특출 난 능력도 없다. 그리고 대단한 욕망도 없다. 대박도 믿지도 않는다. 쉬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움직이려는 나의 태도가 마침내 꿈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미련하리만큼 또다시 내 목표를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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