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emi Jul 25. 2022

내가 싫어하는 남편을 닮은 딸

놀라운 유전자의 힘

어머, 따님이 엄마 닮아 이쁘네요.


 나에게는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는, 소위 '다 가진 여자'이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좋은 점은 모르겠다. 그냥 가족 중 같은 성별이 하나씩 있어서 괜히 마음이 든든한 것 뿐이다. 첫째 아들은 외모는 아빠랑 판박이나 성격은 나를 쏙 빼닮았다. 반대로 둘째 딸은 외모는 나를 닮았으나 성격이 남편이랑 똑.같.다. 그것도 나와 남편 사이에 안 맞는 부분을 빼닮아서 그런지, 늘 싸움은 나와 딸 사이에서 일어난다.


 왜, 또 엄마랑 싸웠어?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울면서 쪼르르 달려가는 딸. 평소에는 엄마 껌딱지였다가 나와 싸우고 나면 딸은 돌변한다. 아빠에게 카톡을 보내 언제 들어오냐고 메시지를 보내고 아빠 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겠다며 방에 들어가 버리기 일쑤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오면 아빠에게 달려간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장단점이 있다. 나도 그렇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하필! 남편이랑 나랑 늘 싸우는 '그 지점'을 왜 딸은 닮은 걸까? 덕분에 나는 '그 지점'을 가지고 남편이랑 한번 싸우고 딸이랑 한번, 두 번을 싸우게 된다.


 나는 매우 FM적인 성격인 사람이라 늘 균형을 우선시한다. 나의 삶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늘 마음은 평온한 편이다. 그 평온을 지키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물건도 가능하면 정해진 곳에 둔다. 그리고 약속시간보다 늘 일찍 움직이려 하고 숙제가 있으면 미리미리 하는 편이다. 주유도 30% 남았을 때 미리 해두는 편이다. 나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반면 남편은 프리스타일이다. 루틴보다는 그날의 '갬성' '기분'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목표 지향주의라 목표를 설정해서 달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일쑤다. 약속시간에 딱 맞게 가는 것을 좋아하고 숙제는 최대한 미룬 후 벼락치기를 한다. 주유는 주황색 등이 깜빡이여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늘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내가 적어 놓은 것은 수많은 우리 부부의 장단점 중 한 가지만 비교해서 적었을 뿐이다. 물론 남편의 장점도 많고 나의 단점도 많다. 그러나 위에 적은 우리 부부의 맞지 않은 '그 지점'이 나와 딸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나와 딸은 정말 각별하다. 물론 아들과도 각별하지만, 엄마에게 있어 딸은 뭐랄까... 나의 분신 같으면서도 절친 기도 하다. 그리고 유독 나의 딸은 나를 위해주고 공감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 누구도 이렇게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평소에는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처럼 딱 붙어서 서로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와 딸이지만, '그 지점'에서 우리 둘은 세상 이런 원수가 따로 없는 것처럼 대한다.


 딸은 아빠처럼 숙제는 닥쳐서 하는 스타일이라 늘 아슬아슬하다. 그리고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지 정말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자기 만의 세계에 빠진 듯, 옆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그 주변이 난리가 아니다. 그렇게 미술 활동을 하는 것은 좋으나 성격이 자유롭다 보니 치우는 것도 매우 자유롭다. 그리고 남편처럼 자기 물건을 원래 있던 곳에 두지 않는 성격 때문에 늘 자기 물건을 찾느라 바쁘다. 나는 매일 남편과 딸의 잃어버린 물건 하나씩은 찾아줘야 한다.


 외모는 다들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게 성격은 나를 닮은 구석이 없다. 아, 하나 있다면 오지랖? 그리고 뭐든 자기 것을 나누어주려고 하는 마음? 나도 어렸을 때 학교만 가면 자기 것을 친구들한테 다 나눠주고 대신 이쁜 쓰레기(?) 같은 것을 가방에 가득 담아왔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 점은 나를 닮은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다. 나 혼자였다면 딸의 마음을 이해해주기 어려웠을 텐데 딸과 똑같은 성격을 가진 남편이 있기에 딸은 남편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으니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아빤 너의 마음 다 이해해. 괜찮아~

 

가끔은 생각한다. 그래 남편 혼자 이상한 '그 지점'을 갖고 있었더라면 나와 아들과 딸 VS 남편으로 혼자 외로웠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우리는 나와 아들 VS 남편과 딸로 2대 2인 것. 서로 이상한 '그 지점'을 이해해주는 내 편과 같은 아군이 한 명 더 있음에 감사하다. 참으로 신기한 유전자의 힘이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가 되어서도 수영복을 입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