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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Aug 29. 2022

길거리 토스트가 우리 집에 왔다.

길거리 토스트는 늘 옳다.

 길거리 토스트, 또는 이* 토스트에 대한 추억이 있다. 대학 졸업 후 다닌 회사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로 버스 1 정거장 거리의 회사였다. 내가 다니던 회사 근처에는 많은 금융회사들이 있던 유명한 곳이라 아침마다 많은 직장인들이 종종걸음으로 출근하기 바빴다.


 나는 감사하게도 출근 시간이 남들만큼 걸리지 않아서 늘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느긋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회사에 출근하면서도 회사 앞 길거리 토스트의 냄새는 나의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맛있는 향기였다.


 정장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길거리 토스트를 서서 먹는다. 그 냄새를 맡으며 출근을 하며 다짐했다. 내일 아침밥은 집에서 먹고 나오지 말고 꼭 저기서 토스트를 먹어야지, 하고 말이다.



 20대 때 먹던 길거리 토스트를 지금 마흔을 앞두고 또 매주 먹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요일 아침, 빨래방에서 2시간 열심히 청소를 한 후 집에 오는 오전 9시경. 도로 위 휴게소에 잠깐 차를 세운다.


"옛날 토스트 하나 주세요."


 그렇다. 20대 때 복에 겨워 엄마의 따뜻한 아침밥을 뒤로하고 내돈내산해서 먹었던 길거리 토스트. 그때는 그 토스트가 정말 맛있어서 먹었다기보다는 정장 입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도 일 하러 가는 중이에요'라고 어쩌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빨래방에서 열심히 일한 나에게 작은 보상처럼, 나를 위한 대접이라 생각하고 4000원짜리의 휴게소 토스트를 아침밥으로 혼자 먹는다. 20년 전에 먹었던 길거리 토스트보다 사실은... 정말 더 맛있다. 노동 후 먹는 아침 토스트.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한 입 토스트를 물자마자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이 맛이야.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노동 후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일요일 오전 9시 나는 어김없이 옛날 토스트를 주문한다. 토스트를 만들어주시는 아주머니와 이제는 간단한 인사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남이 해주는 밥만큼 맛있는 밥이 없다'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4000원짜리 길거리 토스트가, 4만 원어치 장을 봐다가 내가 정성 들여 만든 그 어떤 요리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주부라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내가 차리지 않은 맛있는 토스트를 아침밥으로 혼자 서서 먹는 낙에 산다.



  그러나 이렇게 매주 먹던 토스트,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 보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토스트기를 하나 구매해서 나름 길거리 토스트의 맛을 따라 해 보고자 만들어 보았다. 워낙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다양한 조미료나 소스 등도 관심이 없는데, 이 토스트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처음 소스 2개를 샀다.


 야심 차게 처음 토스트를 만든 후 남편이 먹어보고 하는 말.

"길거리 토스트에서 나는 소스 맛이 아닌데?"


 맞다. 나도 먹어보면 느낄 수 있다. 무엇이 다를까? 폭풍 검색을 해 보았더니 특제 소스가 있는데 너무나 대량으로 팔아서 포기했다. 그냥 아쉬운 대로 먹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양배추도 썰어서 계란 안에 넣어서 따로 만든 후, 베이컨과 치즈까지 듬뿍 넣어 만들어서 맛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 맛'이 아닐 뿐.



 분명 내가 토스트를 사 먹을 때는 아주머니가 쉽게 만든 것 같은데, 난 왜 하나 만드는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 토스트 하나 아니지, 네 개를 굽고 나면 부엌이 폭탄 맞은 것 같다. 치우는 것이 더 힘들다.


 역시... 무엇이든 남이 해주는 것이 맛있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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