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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Sep 12. 2022

감사란 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거래요.

그림책 <감사해요>를 읽고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주말마다 일 하러 가는 빨래방에서 빨래를 다 하고 나가시는 손님에게 내가 하는 인사말이다. 그냥 하는  인사말 같지만 나는 이 인사를 할 때 꼭 손님과 눈 맞춤을 하고 웃으며 (물론 마스크를 써서 입꼬리 올라간 것은 보이지 않을 것이므로 최대한 눈으로 웃으려 노력한다) 인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일요일 아침, 새벽부터 빨랫감을 들고 오시는 손님께 우리 빨래방을 이용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한 빨래를 깨끗하고 뽀송뽀송하게 하고 가시면서 일요일 하루를 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얼마 전 읽은 그림책 <감사해요>에서는 "감사란 하는 것이 아니라 찾는 거래요. 우리 주변에서부터 감사한 일을 찾아보아요."라고 저자가 말한다. 나는 지금껏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때만 감사하다는 말을 했지, 일부러 찾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일들을 적으며, 감사한 마음을 열거하고 있다. 감사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그림책을 만들었더니 신선했다. 그러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감사해요.


 진심으로 나는 가족에게 감사하다. 우리 가족은 매주 가족 하브루타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다. 각자 당면한 과제를 나누기도 하고 얼마 전에 겪었던 도전에 대해 공유하기도 한다.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면 친구들에 대해 소개를 하고 엄마 아빠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아빠 회사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업무를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실패를 겪었다면 위로해주면서 다음에는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해주기도 하고, 성공을 했다면 함께 축하 파티를 연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을 우리는 공유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엄마라고 해서 아이를 양육하고 키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도 한 명의 인간이고 가족의 구성원 중 한 명이고 실패도 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이와 똑같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엄마의 인생에 대해 공감을 해 준다. 나는 이러한 시간을 우리 가족이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당연한 일상처럼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가족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비록 통역사라는 큰 꿈을 이룰 수 없었지만 그림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주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 참 감사하다.


매일 학교에 가는 나의 성실함에 감사하고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수업 시간에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나에게 감사해요.

 

 나이 마흔이 되어도 교실에 앉아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임을 최근에 깨달았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나는 학창 시절에도 손 들고 발표를 해 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집에서도 부모님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본 기억이 없다. 그러한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면서 성장하면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풋'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풋'만 해온 나의 인생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나의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말하면서 나는 배움이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는 왜 하는 거야'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더라면 지금은 '모든 배움은 즐겁다'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러한 마음으로 6개월 동안 열심히 수업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한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귀한 선물이에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고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라고 하면 보통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다. 나에게 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읽고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 사실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에게 감사한 일들도 금방 떠오르게 된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작은 것부터 일상에서 찾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엄마의 잔소리도 감사한 마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한 끝 차이이다.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감사하다'라는 마음과 멀어진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다,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감사한 마음이 커진다. 우리 집에 와서 잔소리를 해주는 동생에게 감사하고 매달 25일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가져다주는 남편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어쩌면 '감사하다'의 반대말이 '당연하다'라는 단어가 아닐까? 그냥 지나쳐 버리는 '당연한' 일상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감사한' 일상으로 바뀌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이 있음에도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 주는 나무들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음에도

물건을 배달해 주는 택배 기사님께도

...

 이 책에 나열된 반복되는 일상들도 잘 들여다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이 그림책에서 나온 것처럼,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우리 빨래방에 오신 손님들이 빨래를 하러 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시는 손님들에게 오늘도 우리 빨래방에 와주셔서 감사해야 하고, 그 마음을 더 청결한 매장, 친절한 매장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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