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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Sep 19. 2022

Quantity를 채운 후 Quality를 고민해라

헬스장을 꾸준히 다닌지 4개월 후의 변화

 헬스장을 다닌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고 개인 PT 20회도 끝이 났다. 지금껏 운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헬스장을 꾸준히 다닌 것, 그리고 개인 PT를 받은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비싼 돈을 들여 헬스장을 끊었으니 가야겠다는 압박감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헬스장에서는 같이 이야기를 나눌 말동무도 없고 기구와 나, 단둘이 하는 외로운 운동이라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지금껏 같이 테니스를 치거나 그룹 PT를 받거나 요가나 필라테스를 해왔기에, 헬스장에서 1시간 동안 기구와 단둘이 아무 말 없이 운동하는 것이 조금 지루했다.


 그러나 어느새 운동을 다닌 지 4개월이 되어 다시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적잖게 놀랐다. 4개월이 순식간에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놀라운 점 하나. 4개월 전에 비해 근력운동이 힘들지 않고, 다음 날 근육통도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 헬스장을 다닐 때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곡소리가 났다. 몸이 너무 아파서 그날은 운동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전날 조금 강도를 높여 운동을 해도 다음 날 몸이 가뿐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Quantity를 채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가능한 헬스장을 매일 가려고 노력했다. 물론 수업이나 약속 있는 날은 못 갔지만, 최대한 가려고 노력했다.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헬스장. 나는 아이들 밥만 챙겨주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침부터 헬스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8시 땡 치자마자 헬스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헬스장까지 가는데 자전거로 15분 운동을 했기에 유산소 운동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약 1시간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신이 맑아진다. 나는 오늘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늘 믿는,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물론 처음에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 오늘만 하루 쉴까? 집에서 윗몸일으키기나 해야지,라고 나와 타협을 한다. 사실 그렇게 타협한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날은 왠지 아침부터 축 쳐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게으른 상태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과 아들이 내가 운동가는 것을 감시(?)하고 있기에, 운동을 하러 가지 않으면 남편과 아들이 나에게 쓴소리를 한다. 물론 그 쓴소리가 싫지만은 않은 것이, 남편과 아들도 매일 줄넘기를 500개에서 1000개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가족은 유난히 더 그렇다. 혼자서는 1인분이 안 된다. 2명 이상이 모여야 온전한 1인분의 값어치를 한다.


 그렇게 서로 운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가 있었던 덕분(?)에 우리는 매일 운동을 하며 Quantity를 채워나갔다. 근데 만약 초반에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또는 혼자 하는 운동이 외로워서 운동을 그만두었더라면? 나는 지금 20kg의 아령을 들거나 30번의 푸시업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살들이 탄탄해질 틈 없이 중력에 힘에 이끌려 추욱 쳐져 있었을 것이다. 4개월 동안 나는 헬스의 Quantity를 채우며 체력이 강해졌고 무거운 물건도 거뜬하게 들고 나의 살들도 조금은 탄탄해졌다. 이제 나는 운동의 Quality를 채울 차례다.

 이제는 매일 헬스장 가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기에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매일 가서 몇 kg의 아령을 들었는지, 푸시업은 몇 번 연속해서 했는지 등을 기록하며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고 싶다.


 돌이켜보면 비단 운동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드로잉을 시작한 2년 전. 그때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그림이라는 것을 그렸다. 그때는 매일 하루에 한 장의 그림을 그리는 1일 1 그림을 했다. 사실 그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피드백받았다면 조금 더 빨리 경지에 올랐을까 싶지만, 혼자서 멈추지 않고 매일 하루 1장 그림을 그리다 보니 2년이 지난 지금, 눈부신 성장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것 또한 처음에는 일단 Quantity에 집중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남편의 그림을 왜 매일 그리냐는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는 꼿꼿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랬더니 지금은 이모티콘을 그리고 일러스트를 그리고 그림책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지금은 Quality를 채우는 중이다.


 무엇이든 시작할 때 Quality부터 생각하면 되지 않는다. 내가 처음부터 작가처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근력운동을 헬스 트레이너처럼 한다는 것도 무리이다. 그냥 일단은 매일 할 수 있는 환경,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의지로 Quantity를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Quality를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다행히 이제 나에게 운동도 그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강도를 높여가며 나의 건강을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겠다. 그렇게 Quality까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아마 무의식으로 매일 운동을 하는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8시에, 헬스장에 오셔서 1시간 동안 멋지게 운동을 하고 가시는 할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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