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생각이며, 읽으시는 분께서 저와 다른 생각을 지니셨다면, 읽으시는 분의 생각이 맞습니다.
*.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구나.'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얼마 전, 이웃 작가분이 반려견에 대한 글을 쓰신 것을 보았다. 그 글을 읽으며 난 문득 우리 집 강아지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댓글을 달았다.
"나를 지나쳐간 강아지들도, 내가 그 아이들로 인해 행복했던 만큼, 그 아이들도 나로 인해 행복했기를."
이 마음은 진심이다. 나는 나와 우리 집을 거쳐간 많은 강아지들에게 참 많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지금은 강아지를 못 기르고 있지만.
- 반려견 이미지, 스테판 앤드류스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ko/@porkbellysteve)
강아지를 비롯한 반려동물에 있어서 나에겐, 그리고 우리 집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개는 개다.]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면, 키우지 않아야 한다.]
아버지에게서 교육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나도 100% 공감하는 규칙이다.
01. [개는 개다.]
우리 집에서 '개는 개'일뿐이다. 식구는 맞지만, 가족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과 나는 우리 집 강아지의 부모도, 형제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강아지를 학대한 적은 없다. 우리 가족도 다른 애견인처럼 강아지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리고 당연히 귀한 생명으로 대한다. 단, 우리 가족과 사람이 우선이고, 강아지는 그다음이다.
강아지는 언제나 우리 집에서 가장 낮은 서열의 식구다. 강아지를 사랑하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강아지의 아빠, 엄마가 아니다. 나도 우리 집 강아지의 형이나 오빠가 아니다. 우리 집에서 이 관계는 불문율이고, 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인 가족과 강아지라는 그 선은 분명히 나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애견인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과 나의 생각은 그렇다. 이건 바뀌지 않을 것 같고, 난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이걸 아이가 따를지 말지는 온전히 아이의 판단이겠지만.
02.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굳어진 규칙이다.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터 가지고 계셨던 생각이기도 하고, 내가 강아지를 키워오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다. 강아지건 다른 반려동물이건 모두 소중하고 귀한 생명이다. 그런 생명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 생명을 가진 것을 거둘 때는 그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지식과 체험으로 만들어진 우리 집 강아지 규칙 그 두 번째다.
사실 이 두 번째 규칙에 부끄럽게도 우리 가족과 나는 우리 집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우리 집을 거쳐간 강아지들에게 큰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만나게 될 강아지만큼은 더 이상 그러지 않겠노라는 다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어떤 분은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개를 알기는 아냐? 개를 제대로 키워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거창하게 규칙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냐?!]
라고. 나는, 우리 집은 개를 오래 키워본 적은 없다. 길게 키웠어도 2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규칙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히 나는, 아버지는 개를 좋아한다. 그 어떤 동물보다 개를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들을 좋아하고 사랑했다. [개는 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생명이 귀함을 안다. 개의 생명이라고 사람의 생명보다 하찮다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생명이라고 하찮게 본 적도 없고, 하찮은 생명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물론 다른 애견인들처럼 오래 키우지도 못했고,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그 책임의 중요성을 안다. 제대로 책임져주지 못해서 아픈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우리 집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고, 강아지를 키울 기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금이야 내가 일단은 집에 있지만.. 아버지와 내가 일을 나가면, 강아지는 집에 혼자 남는다. 우리 집 강아지가 홀로 집에서 보낼 그 시간이, 그 외로움의 시간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아버지와 나는 혼자라는 것, 그 외로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우리 부자에게는 '강아지를 귀여워하고, 사랑스러워한다'는 것만으로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생명을 품을 각오와 품을만한 상황, 확실하게 책임질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키우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그것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 반려견 이미지, 레오호호 사진(출처 : https://unsplash.com/ko/@leohoho)
대신 그 준비를 하고 있다. 개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고 있고, 잘 키우기 위한 지식과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견종은 무엇인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알아야 하는지. 또, 우리 집 강아지를 만나기 위한 상황과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 준비가 되는 날, 다시 우리 집 강아지가 생길 거다. 물론 우리 집 강아지는 여전히 가족은 아니다. 다른 집처럼 아버지나 내가 우리 집 강아지의 '아빠'나 '형'이라던가, 우리 집 강아지를 '아들'이나 '동생'이라 부를 일도 당연히 없다. 여전히 '개는 개다!'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했던 강아지들 그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집 서열 꼴찌, 사랑둥이 막내식구로 살게 될 것이다.
(우리집 강아지-둘, 우리집 강아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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