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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r 01. 2023

11.검은산의 여전사-아홉 : 노아툰에서의 9일

북유럽 신화, 뇨르드, 스카디, 노아툰

#. 노아툰에서의 9일


 스카디는 자신이 없는 사이 해야 할 일을 부하들과 하인들에게 단단히 이른 뒤, 뇨르드와 함께 노아툰으로 향했다. 트림헤임을 벗어나자 스카디는 다시 사랑스러운 어린 아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뇨르드에게 기대앉은 스카디가 물었다.


[뇨르드, 트림헤임은 어땠어요?]

[음.. 좋았소. 시원한 바람도 좋았고, 당신과 스키를 타는 것도 즐거웠지. 다만 내가 스키는 처음 타다 보니 당신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했다오.]


뇨르드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못 견디게 사랑스러울 만큼 동그란 두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내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웃고 있는 뇨르드를 보며 스카디가 왠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뇨르드는 왠지 속이 뜨끔했다. 그저 계속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뇨르드를 쳐다보던 스카디는 다시 뇨르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뇨르드가 스카디의 어깨를 감쌌다.


[그럴 줄 알았어요. 트림헤임은 좋은 곳이거든요. 당신도 좋아할 꺼라고 생각했어요.]


- 노아툰으로 향하는 뇨르드와 스카디, 프레드릭 빌헬름 하이네 그림(1882.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ka%C3%B0i )


 스카디는 노아툰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곳인지, 사람들은 어떤지, 혹시 뭔가 주의해야 할 것은 없는지. 뇨르드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고, 노아툰의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다. 뇨르드는 스카디의 질문에 하나하나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


[아, 노아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죠? 난 거인이쟎아요.]

[괜찮아. 신들 중에도 거인족 출신이 많고, 그들도 종종 노아툰에 놀러 오니까. 다들 익숙하다오.]


스카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뇨르드가 미소를 지었다.


[스카디. 노아툰은 트림헤임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오.]

[걱정 말아요. 난 뇨르드의 아내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노아툰의 경계에 도착했다. 스카디가 직접 보는 노아툰은 들었던 것과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노아툰은 파란 하늘 아래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매우 따뜻한 곳이었다. 넓은 밭에는 여러 작물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들판에는 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었다. 노아툰의 사람들도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뇨르드의 저택은 나무와 돌로 만든 큰 저택으로 노아툰의 바닷가 근처에 자리했다. 저택 앞은 뇨르드의 신하들은 물론 근처에 사는 노아툰의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마치 거대한 축제장 같았다.


스카디와 뇨르드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큰 환호로 이들을 맞이했다. 저마다 어찌나 기쁘게 떠들어대는지 스카디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들고, 귀가 아플 정도였다. 스카디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매우 낯설었다. 곧 노아툰의 주인과 새로운 안주인을 맞이하는 성대한 축제가 벌어졌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스카디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스카디는 창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눈을 떴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잠을 자기는 한 것인지 스카디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뇨르드는 벌써 일어났는지,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스카디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눈이 부셨다. 스카디는 잠시 손으로 눈을 가렸다. 햇살이 익숙해지고, 눈을 가린 손을 내리니 노아툰의 아침이 바다가 스카디의 눈앞에 펼쳐졌다. 노아툰의 바다는 자신이 알고 있던 바다와는 많이 달랐다. 넓고 잔잔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작은 파도를 밀어 올렸다. 따뜻한 햇살이 모래사장으로 내렸고, 갈매기 떼가 시끄럽게 울며 그 위를 날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선착장에는 조업을 준비하는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아낙네들은 저마다 조업에 사용하는 그물을 꿰느라 정신이 없었다. 멀리 보이는 조선소에서도 작업을 시작했는지 망치질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다. 매우 평온하고 활기 넘치는 노아툰의 일상모습이었다. 스카디는 이런 모습이 싫지 않았지만, 왠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때 뇨르드가 마실 것을 들고 들어왔다.


[잘 잤소?]

[아, 뇨르드. 언제 일어났어요? 나도 깨워주지.]


스카디가 남편을 바라보며 웃었다. 뇨르드가 스카디의 옆으로 다가와 마실 것을 건넸다.


[너무 달게 자길래 깨우기 싫었소. 자는 모습이 참 귀여웠거든.]


뇨르드의 말에 스카디의 얼굴이 붉어졌다. 스카디는 뇨르드에게 기대어 노아툰의 바닷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스카디는 뇨르드와 함께 많은 손님을 맞이했다. 노아툰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뇨르드와 스카디의 축하와 행복을 기원했다. 뇨르드는 어린 아내에게 노아툰을 보여주고 싶었다. 뇨르드는 먼저 자신의 자랑인 조선소로 데려갔다. 어선, 교역선, 전쟁선에 이르는 다양한 배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완성된 수많은 배들이 보였다. 스카디가 바다와 배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이렇게 많은 배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뇨르드와 들른 시장은 트림헤임의 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처음 보는 다양한 물건과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 노아툰의 시장은 활기가 넘치다 못해 시끄러웠다. 스카디를 알아본 시장의 아낙들이 스카디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신들이 파는 물건들을 자랑하고, 이런저런 먹거리를 스카디의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 산에서 멀어진 스카디.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ka%C3%B0i )


 뇨르드는 스카디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일정을 바꾸었다. 노아툰의 조용하고 넓은 들판으로 데려가 함께 말을 달렸다. 노아툰의 넓은 들판을 달리자며 스카디는 가슴이 시원하고더없이 즐거웠다. 한참 말을 달린 스카디와 뇨르드는 어떤 호수 옆에 도착했다. 말들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스카디는 그대로 들판에 드러누웠다. 스카디는 즐거웠고, 행복했다. 스카디는 누운 채 마음껏 크게 웃었다. 뇨르드도 곁에서 흐뭇하게 웃었다.


 노아툰을 오래 비워두었던 만큼, 뇨르드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뇨르드가 일을 보는 동안, 스카디는 노아툰의 바닷가를 걸었다. 스카디는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모래의 감촉이 낯설었다. 하늘의 햇살은 따뜻하다 못해 더웠고, 하늘처럼 푸른 바다에서 잔잔한 파도가 밀려왔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무 뒤에서 스카디를 훔쳐보았다. 스카디가 미소를 보내자 아이들이 까르르 거리며 달려왔다. 스카디는 아이들과 함께 조개껍질도 줍고, 모래사장을 달리기도 하며 놀아주었다. 저녁이 되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스카디는 다시 바닷가에 남았다. 스카디는 바닷가에 앉아 파도가 오가는 모습을 보았다. 석양이 지고, 푸르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스카디는 몸을 일으켜 저택으로 향했다. 저 멀리 뇨르드가 램프를 들고 스카디를 마중 나왔다. 스카디는 반갑게 뇨르드를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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