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 존버이야기 - 02화

단편, 이야기, 소설, 존버, 코인

by 바드 단테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 8회. 에필로그 1회. 총 9회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체 등은 실제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도 재미로 읽고 넘어가주시길.


▶ 오늘은 01화와 02화를 오전, 오후에 걸쳐서 업로드하겠습니다.




○ 단편 : 존버이야기 - 02화


배는 생각보다 컸다. 한때는 꽤 유명했던 배였는데, 지금은 화물과 여객을 함께 운반하는 운반선으로 사용되었다. 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해외에서 온 것 같은 사람도 많았다. 검은 피부와 단단한 근육을 지닌 베테랑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는 원정은 커녕 태어난 도시를 떠나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루디와 버디도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어른들만이 아니라 루디와 버디의 또래도 종종 보였다. 간혹 더 어린아이들도 보였다.


하지만 그런 풍경도 굉장히 희망적으로 보였다. 마치 등하굣길에 지나쳤던 이웃들을 보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거친 원정길이 아니라,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도 들었다. 갑판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루디와 버디의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자신들의 꿈이 곧 손에 잡힐 것 같았다.


루디와 버디 모두 원정대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버디의 이야기를 듣고, 며칠을 고민하던 루디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뜻을 꺼내놓았다. 당연히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진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말다툼과 무시의 반복.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루디 자신도 한 달 동안 확고해졌다. 이건 자신이 가야 할 길이었다. 어른들이 말하던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 그 기회가 자신에게 온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은 더 큰 갈등을 불러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좋아했던 아버지였지만, 지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버지가 마치 적처럼 여겨졌다. 자신과 아버지사이를 말리는 어머니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들이 존이나 아메리고, 아니 바스코가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도!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갈등이 폭발했고, 루디는 아버지에게 급기야 험한 말을 하고 말았다.


[난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 이게 뭔데? 매일매일 돈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아버지가 하루종일 서류와 싸움해서 벌어와 봤자, 우리 네 식구 겨우 사는 거밖에 더 돼?

왜 엄마가 일주일 내내 시장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 거냐고!

그 나이 먹도록 여전히 월세방이 부끄럽지도 않아?!

우리가 흙수저라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사는 게 흙수저라고 꿈도, 희망도, 미래도 흙수저여야하나구!
내가 뭐 많이 달래? 그냥 나 대학등록금만 달라고. 내가 몇 배로 불려 올 테니까!
나 혼자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니잖아! 다 같이 살자는 거지! ]


루디는 말을 하고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돌이키긴 늦었다. 아버지는 그날밤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루디에게 항복했다. 며칠 전 아버지는 루디에게 그동안 모아 왔던 대학등록금이 든 통장을 건네주었다. 대신 1년 뒤에는 반드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는 조건으로. 루디는 다음날로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버디와 함께 민간원정대에 지원했다.

버디는 루디보다는 상황이 조금 심각했다. 끝까지 허락해주지 않자, 버디는 자신의 물건들을 몰래 팔고, 그것도 모자라다 생각되자, 부모님의 통장을 들고 나왔다. 버디의 사촌형에게 소개비로 등록금의 1/4이 사라졌지만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 년 뒤, 돌아오는 길에는 그의 수십, 수백 배가 되는 돈을 가지고 올 테니까.


버디는 물론, 루디의 마음에도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조금은 그을린 피부에, 채굴로 단단해진 몸. 조금은 더 성숙해진 얼굴. 자신을 반겨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한 뼘은 더 커있을 여동생. 자신이 번 돈으로 집도 새로 사드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여동생에겐 음악을 가르쳐줄 테다.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이 모든 것이 곧 이루어질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커다란 뱃고동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루디는 버디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바다에 빠질 뻔했다. 잠시 뒤 불과 일이백 미터 옆으로 수많은 배들이 지나갔다. 하나같이 거대한 화물선들이었다. 그 배들에 비하면 지금 타고 있는 배조차 낚싯배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모두가 같은 모양의 깃발을 한 걸 보니 하나의 선단인 것 같았다. 그 배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버디가 말했다.


[아.. 저거 그 배들인가 보다.]
[뭐?]


[아침에 식당에서 옆에 아저씨들이 하던 이야기말이야. 어떤 커다란 상회의 차남인가 하는 사람이 이번에 개인 원정대를 꾸렸다고 말이야.]
[저게 개인 원정대라고?! 저게 어딜 봐서 개인 수준이야.....]


넋을 놓고 보는 루디의 어깨를 버디가 툭하고 치면서 말했다.


[쫄았냐? 쫄지마라. 저건 저거고, 우린 우리야. 우린 우리대로 하면 되는 거야. 그치?]
[으응..]


버디가 난간을 딛고 서서는 만세를 부르듯 두 팔을 하늘로 뻗은 채 소리쳤다.


[걱정 마! 할 수 있어! 까짓 거 이 세상 내가 다 사줘 버리겠어! 내가 이 세상의 왕이다! 이야호!!!]
그런 버디를 보면서 루디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나의 삶은 저 빛처럼 돼야 해, 끝없이 올라가야 하지."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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