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 존버이야기 - 03화

단편, 이야기, 소설, 존버, 코인

by 바드 단테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 8회. 에필로그 1회. 총 9회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체 등은 실제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도 재미로 읽고 넘어가주시길.


▶ 오늘은 03화와 04화를 오전, 오후에 걸쳐서 업로드하겠습니다.




○ 단편 : 존버이야기 - 03화

거대한 선단을 보고 난 뒤, 루디와 버디는 왠지 마음이 급해졌다. 아직 황금해안에 도착하기까지는 한참이 남았다. 배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둘은 선내에서 열린 채굴 장비 마켓을 발견했다. 수많은 보따리 상인들이 채굴장비를 판매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상인들의 물건들을 기웃거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흥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군데를 돌아보다 버디는 핸드형 채굴장비를 샀다. 루디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곡괭이와 기본적인 채굴장비를 구입했다. 아직 가져온 돈에 절반은 남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더욱 깊숙이 잘 보관했다. 버디는 루디의 앞에 핸드 드릴을 돌려 보이며 웃었다. 그런 루디와 버디의 곁을 선원들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어떻게 보면 비웃음 같아도 보였지만, 두 사람에겐 그런 미소도 격려로 보였다.


며칠 뒤, 배는 채굴기지가 있는 썸머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베테랑 항해자들은 그곳을 '썸'이라고 불렀다. 항구는 굉장히 컸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컸다. 항구의 반대쪽에는 커다란 벽이 세워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요새 같았다. 그 벽의 안쪽이 채굴기지라고 했다. 루디와 버디는 그 규모와 생김새에 크게 긴장했다. 두사람은 황금해안이라는 말처럼 열대의 태양 아래,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반짝거리는 남국의 풍경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그런 상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대체 왜 이런 높고 튼튼한 벽이 필요한 걸까? 대체 저 벽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 것일까? 루디와 버디는 원정대의 다른 채굴자들처럼, 채굴자 등록과 수속을 마치고 채굴기지로 향했다.


거대한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 채굴기지. 채굴기지의 내부는 거대했다. 수천, 수만 명이 거주해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곳은.. 채굴기지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거대한 군부대 같은 모습이었다. 중앙부에는 거대한 요새건물이 있고, 건물 주변으로 상업지역과 거주지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온통 거대한 장비와 무기들로 가득했다. 곳곳에 채굴장비가 보였지만, 그보다는 군용 장비가 더 많이 보였다. 탱크, 장갑차.. 심지어 군비행장과 수많은 군함의 모습도 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채굴자의 모습 같지 않았다. 중간중간 채굴장비를 착용한 사람이나 안전모를 쓴 사람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완전무장을 한 사람도 많았다. 채굴자라기 보다는 군인이나 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버디와 루디는 이런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멍한 표정으로 도착한 채굴자들과 함께 인솔자를 따라갔다. 채굴기지의 광장에는 이들 말고도 다른 곳에서 온 초보 채굴자들이 모여있었다. 잠시뒤, 둥근 안경을 낀 굉장히 사무적으로 생긴 사람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간단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잘 들으세요. 길지만, 한 번만 말합니다. 황금해안은 굉장히 넓습니다.

채굴장은 모두 자신이 알아서 선택하면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마음대로 채굴하면 됩니다.
채굴방법, 시간 모두 제한이 없습니다. 각자 능력껏 채굴하면 됩니다.
기지 반대편에 있는 채굴항구에서 각 채굴장으로 출발하는 배가 있습니다.


....(중략)....


가장 커다란 전장..

아니, 가장 크고, 수익이 좋은 광산은 비트비치(bit-beach)와 이두비치(Ethu-beach)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리프비치(Rip-beach)와 스팀비치(steam-beach)도 있고..
뭐, 구역은 차차 알게 될 겁니다.

자세한 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세요.
자, 각자 소속된 거래소에서 오야들이 나와 있을 테니 따라가시오.]


그가 연단에서 내려가려고 하자, 누군가가 손을 들고 물었다.


[아니 뭘 알아서 하라는 거요. 뭘 좀 알아듣게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요?]
[내가 다 설명 못합니다. 그럴 의무도 없고. 다 자기가 좋아서 온사람들 아니요?
거래소로 가시오. 그다음은 거래소에서 알아서 해줄 거요.

댁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 왔건, 뭘 가지고 돌아가건, 그딴 건 내 알바 아니요.
대박 나시고, 살아가시오.]


상황이 뭔가 의아했지만, 루디와 버디는 거래소에서 나눠준 등록증을 들고, 거래소 이름이 적힌 창고를 찾았다. 거래소는 북적거렸다. 군복을 입은 사람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


[난 이곳 거래소 오야요.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거래소를 통해 왔을 거요. 당신들처럼.

각 채굴장별로 부대가 구성되어 있소.
당신들이 어디서 채굴할 껀지가 부대 이름이 될꺼요.
그리고 거기, 아직 학생 같은데. 그래 거기 두 사람.]


오야가 루디와 버디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대로 가면 죽어. 가서 뭐라도 무기가 될만한 것부터 챙기라고.
총이 되건 칼이 되건, 뭐가 되건 알아서 잘 챙겨.
여기서는 죽어도 아무도 신경안 쓰니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뭐, 알아서 챙기시고, 참고로 우리 거래소에서도 무기와 군복을 팔고 있소.
우리 거래소 등록증을 가지고 있으면 10% 디씨 되니 여기서 사는 게 좋을 거요.]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등록증을 꺼내 들고는 분주히 움직였다. 루디와 버디는 멍하게 그 모습을 쳐다볼 뿐이었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은 들어봤나?

사다리를 타고 맨 처음 꼭대기에 오른 새끼는 항상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놈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빼앗는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자본주의다."

작전(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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