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 존버이야기 - 06화
단편, 이야기, 소설, 존버, 코인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 8회. 에필로그 1회. 총 9회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체 등은 실제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도 재미로 읽고 넘어가주시길.
▶ 오늘은 05화와 06화를 오전, 오후에 걸쳐서 업로드하겠습니다.
○ 단편 : 존버이야기 - 06화
언덕을 점령한 뒤, 두 사람은 바빠졌다. 먼저 점령한 사람이 가장 먼저 채굴장을 선점할 권리가 있었지만, 나머지 채굴장은 다른 이들이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 다시 반격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루디와 버디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채굴장을 택했다. 다른 베테랑들과 다투기도 싫었고, 언제 반격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에게 너무 큰 채굴장이라면 손도 못 대보고 내줄 판이니까.
루디와 버디는 한 명이 보초를 서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채굴을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는 장비를 세우기도 하고, 훨씬 분주했다. 하지만 루디와 버디는 장비를 세울 수준이 아니었기에 모두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둘이서 번갈아가며 채굴을 했지만,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고, 점심이 지날 때까지도 반격의 기미는 없었다.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조금 안심을 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더뎠다. 결국 두 사람이 같이 채굴을 했다. 며칠째 잠을 자지 못했지만, 지금은 채굴이 더 급했다. 반격은 밤이 되어서 시작되었다. 시작은 한 발의 포탄이었다. 크레인을 세워둔 채굴장 근처로 포탄이 떨어졌다. 포사격이 시작되었다. 채굴장 곳곳으로 포탄이 떨어졌고, 일부 포탄은 채굴용 크레인에 명중했다. 크레인이 무너져 내리며 채굴작업을 하던 몇몇이 그대로 깔려버렸다.
[이런 젠장! 니들이 세운 채굴장도 부술셈이냐!]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그런 외침이 들릴 거리도 아니었고, 설령 들렸다고 해도 그들이 대답을 해야 할 의무 따윈 없었다. 그들은 정말 채굴장도 부술셈이었는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닿지도 않을 소총을 쏘면서 소리를 질렀다. 욕지거리에서부터, 알 수 없는 소리를 토해내는 것 같기도 했다. 루디와 버디는 채굴장 한쪽 벽에 기대어 숨었다. 루디의 손이 떨렸다. 버디가 루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루디야. 존버.]
[응. 존버.]
두 사람은 한 손으로는 철모를 잡고, 다른 한 손은 서로의 손을 꽉 붙잡았다. 다행히 포탄은 두 사람이 몸을 숨긴 채굴장 근처에만 떨어졌다. 버디가 소리를 질렀다.
[이 병신들아! 사격도 못하는 병신들! 난 아직 살아있다!
백날 쏴봐! 우리가 물러서나! 존버다, 이 병신들아! 닥치고 존버!!]
버디가 외치는 소리에 루디도 왠지 웃음이 터졌다. 두 사람은 함께 소리쳤다.
[이 병신들아! 존버다! 닥존버다!!]
그런 외침을 듣기라도 한 듯이 포격이 멈췄다. 두 사람은 더 크게 웃었다. 포탄도 피해 가다니 이건 아무래도 이 채굴장을 가져가라는 신의 뜻 같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저 멀리서 거친 엔진음이 들렸다. 크레인이 있던 채굴장에서 누군가 외쳤다.
[폭격이다!]
폭격. 이건 방법이 없다. 숨을 곳도 없다. 참호도 아닌 채굴장 벽에 숨는다고 저 폭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저 맞지 않게 지나쳐가주길 기도할 뿐. 이제 확실해졌다. 저들은 이 채굴장 자체를 날려버릴 심산이다. 아예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채굴장이야 또 세우면 되니까.
폭격이 시작되었다. 머리 위로 포탄이 눈처럼 떨어졌다. 채굴장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채굴장 전역에서 돌이 튀고, 불기둥이 솟았다. 루디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친구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버디도 루디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귓가에 강한 굉음이 울리며 온몸이 흔들렸다. 순간 루디는 정신을 잃었다. 새벽이 되었다. 포격도, 폭격도 없었다. 채굴장은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저곳에서 한 명씩 사람들이 일어섰다. 그 폭격에서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루디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멍했다.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자 서서히 눈앞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버디와 손을 잡고 있었다. 루디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버디..?]
버디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지 대답이 없었다. 루디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몸을 돌려 버디를 바라봤다.
[버디?]
그곳에 버디는 없었다. 버디의 왼손만이 남아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호탕하게 존버를 외치던 버디는 이제 없었다. 루디는 버디의 왼손을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아... 아.... 아...]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그저 아팠다. 가슴이 뚫린 것처럼...
"공학자는 다리를 만들고 금융공학자는 꿈을 만든다.
그 꿈이 악몽으로 판명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대가를 치른다."
-인사이드잡 (Inside Job,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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