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 존버이야기 - 08화

단편, 이야기, 소설, 존버, 코인

by 바드 단테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 8회. 에필로그 1회. 총 9회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체 등은 실제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도 재미로 읽고 넘어가주시길.


▶ 오늘은 07화와 08화를 오전, 오후에 걸쳐서 업로드하겠습니다.




○ 단편 : 존버이야기 - 08화


오늘도 샹들리에는 환하게 파티장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가득 메웠다. 여자들은 화려한 드레스와 이름을 다 외우기도 힘든 보석들로 치장했다. 마치 제비의 꼬리처럼 뒤가 길게 내려온 연미복을 입은 신사들이 그녀들을 에스코트했다. 아까부터 댄스홀에서는 17인조의 빅밴드가 신나는 재즈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요즘 인기를 끄는 스윙대즈곡이 연주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파티장의 반대편에는 반듯하게 다려진 하얀 식탁보 위로 음식들이 가득했다. 캐비어, 송로버섯은 물론 온갖 산해진미가 식탁을 가득 채웠다. 모두가 일류요리사들이 실력을 발휘해 만든 음식들이었지만,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음식의 대부분은 그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장식품이 되어 식어갈 뿐이었다. 파티장의 한편에 마련된 방에 몇몇의 신사들이 모였다. 그들은 각자 와인을 한잔씩 들고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의자에 앉아있던 한 신사가 말했다.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군요. 왜 이걸 못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탁자에 놓인 지도를 톡톡 치면서 말했다.


[1cm입니다. 이 지도상으로 겨우 1cm란 말입니다.
지난 일 년간 고작 이것밖에 늘리지 못했어요. 보스씨, 이 사업 계속하실 겁니까?]

[이해합니다. 사토씨. 무능한 것들이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어줬는데, 겨우 이 정도라니..
시체로 산을 쌓아서라도 더 늘렸어야지. 한심합니다.
그러니 그러고 사는 거겠지만. 병신 같은 것들.]


보스라고 불린 신사가 시가의 끝을 씹으며 대답했다.


[너무 그들을 비난하지 마십시오. 보스씨.
당신이 말하는 그 병신 같은 것들이 거기서 총알받이를 해주는 덕에
우리 주머니가 두툼해지고 있는 겁니다.]


창가에 홀로 서있던 신사가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성인군자시군요. 미스터 길포드.
하지만 당신도 이 사업장을 몇 개나 가지고 있지 않소?
이 빌어먹을 채굴장 나부랭이들 말이오.]


보스가 비아냥거렸다. 길포드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반대쪽 의자에 앉아있던 다른 신사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자자, 보스씨. 진정하세요.
지난번 길포드씨 사업장 몇 곳이 날아가버린 후로, 길포드씨의 속도 말이 아닐 겁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이번에 사업장을 접게 생겼습니다. 그 망할 정부 정책 덕에 말입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 아닙니까?]

[맞습니다. 애버튼씨.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군요.
세분에 비하면 전 아직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아니, 사실 우리 모두가 손해를 본 건 아니죠.
다만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운 것이니까요.
원래 사업이라는 게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기도 하구요.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사토가 멋쩍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다시 한번 누그러트렸다.


[참, 애버튼씨. 이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사실인가요?
끝물로 가고 있긴 해도 아직은 빨아먹을게 많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애버튼이 손에 든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완전히 손을 떼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젠 별로 재미가 없어져서요.
아들에게 넘겨줄 생각입니다. 마침 아들 녀석 생일이 멀지 않았거든요.]

[아드님 나이가?]


[7살입니다.]

[어이쿠,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하하, 모노폴리를 하느니 이걸 가지고 놀게 하는 게 좋죠. 경험도 될 겸.
저도, 길포드도 그 나이 때 아버지께 작은 사업장을 받아서 가지고 놀았습니다.]

[역시 있는 집은 다르군요. 채굴장 사업을 아이 장난감으로 던져주다니.]


보스가 시가재를 재떨이에 털며 말했다. 사토가 애버튼의 잔에 와인을 채웠다.


[저는 여기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아예 손을 뗄생각입니다.
길포드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도 대부분은 처분할 겁니다. 하지만 한 두곳은 그냥 남겨둘 생각입니다.]

[왜요?]


사토가 다시 물었다. 길포드가 손에 든 와인잔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래야 죽어간, 그리고 죽을 사람들에게 작은 공양이라도 될 테니까.]


보스가 큰소리로 말했다.


[하! 로맨티스트구먼! 성인군자놀이는 당신 혼자나 하길 바랍니다. 어차피 그저 쓰고 버리는 것들 아닙니까?
우리 사업이 자동차라면 저것들은 그저 윤활유 같은 거란 말이오.

우리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갈아 넣을 수 있는 것들이오.
길가의 개돼지들이란 말이오. 개돼지들에게 공양이라니 참나~!


그냥 눈앞에서 지갑 한 번 보여주고,
금화 딸랑거리는 소리 몇 번 들려주면 눈이 뒤집혀서 달려드는 것들이지.
원정대니, 채굴이니 표현만 거창할 뿐, 그저 돈에 눈이 뒤집힌 거지새끼들.
아메리고는 그렇다 쳐도, 존이란 녀석은 원래 빌어먹던 놈을 우리가 그렇게 포장한 거쟎소.
존의 역할을 할 놈을 넘쳐흐른다고.


채굴장에 나가려고 가진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나가는 치들도 차고 넘치오.
돈이라면 지 애미와 마누라도 팔아먹을 녀석들도 수두룩하지.
그 딴것들을 위해 공양?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오.]

[보스씨, 술이 좀 과하신 것 같습니다.]


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다시 애버튼이 나섰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보스는 길포드를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고, 길포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서빙용 연미복을 잘 차려입은 웨이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머스타크씨가 오셨습니다.]


사토가 보스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자자, 보스씨. 여기서는 이만하고 일단 머스타크씨를 만나러 갑시다.
이번에 좋은 사업 건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버튼도 황급히 사토와 함께 보스를 데리고 방을 나서며 말했다.


[길포드, 자네도 어서 오게. 자자, 보스씨 어서 갑시다.]


모두가 방을 나가고 나서야, 길포드는 몸을 돌려 탁자로 향했다. 탁자 위에 사토가 보고 있던 지도가 놓여있었다. 잠시 지도를 보던 길포드. 남은 와인을 들이켜고는 낮게 말했다.


[7살 아이의 장난감이란 말이지. 사람 목숨이.]




"이 세상은 돈이 전부야. 맛있는 음식, 이쁜 여자, 비싼 차,
넓은 집, 뭐든 가질 수 있게 해 주거든. 내가 속물 같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맥도널드에서 평생 알바나 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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