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 존버이야기 - 09화(EP)
단편, 이야기, 소설, 존버, 코인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 8회. 에필로그 1회. 총 9회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체 등은 실제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비속어가 조금 섞여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도 재미로 읽고 넘어가주시길.
▶ 오늘은 9화 에필로그로 존버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 단편 : 존버이야기 - 09화, 에필로그
황금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내륙에 위치한 거대한 황금도시, 엘도라도. 황금해안을 넘어 내해를 건너서도 한참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 형제가 거실벽에 걸린 커다란 화면을 보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아직 라디오가 주요 매체였지만, 이곳에서 라디오는 이미 백 년도 더 전에 만들어졌다. 거실벽에 걸린 커다란 화면에서는 황금해안의 전투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화면 상단에는 스코어가 적혀있었다.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 같았다.
[아! 블루 트루퍼스! 이대로 철수인가요?!]
[캐스터님 보세요! 존버 히스테릭스의 뒷마당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아요!!]
화면에서는 중계진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소파에 앉아서 두 주먹을 쥐고 있던 한 청년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 오늘도 못 미는 건가?]
[거봐, 내가 그랬쟎아. 저거 못 민다니까. 타워를 먼저 부셔야지. 맨날 미니언만 잡으니 매번 타워에 발리는 거 아냐.]
소파로 TV리모컨을 던지며 아타우알파가 말했다.
[아, 오늘은 밀 줄 알았는데. 아놔..]
[자, 오늘 피자는 네가 사는 거다?]
와스칼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아타우알파는 소파로 벌러덩 드러누워버렸다. 그리고 폰을 꺼내 피자를 주문했다.
[알았다고. 이런 젠장. 벌써 몇 번째야. 형, 나 팀 바꿀까 봐.]
[왜? 너 파란색이 좋다고 저기 응원했었잖아.]
아타우알파가 거칠게 쿠션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지겨워졌어. 형, 우리 다른 리그 보자.]
[웅~ 짭짤했는데. 알았어. 그럼, 이두? 아님.. 모처럼 리프 리그 어때?]
와스칼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대답했다.
[거긴 쪼렙방이쟎아~ 재미없어.]
[야, 그래서 더 좋은 거야. 여긴 초심이 있거든. 그리고 너 이달 용돈도 얼마 안 남았을걸?]
[쳇, 알았다고. 이달은 쪼렙방에서 놀다가 다음 달에 다시 비트리그로 복귀할 거야.]
잠시 후, 배달온 피자를 먹으면서 다시 아타우알파가 물었다.
[형, 그나저나 저것들은 왜 저기서 저러고 노는 걸까?]
[글쎄다? 뭐, 우리야 재미있으니 된 거지.]
[그렇긴 한데, 저기가 뭐라고 저러고 싸우냐는 거지. 저기서 뭐가 나온다고 드립다 파냐 이거지? 저기는 그냥.. 우리들 파일 쓰레기통이쟎아. 저것들이 코인이니 뭐니 하는거.. 우리 게임 세이브만 해도 나오는 백업이쟎아? 그거 어디다 써먹는다고..]
[덕분에 우린 매일 이렇게 재미있쟎냐. 뭐, 저치들에겐 귀한 건가 보지.]
와스칼이 손으로 피클을 집어먹은 뒤, 손가락을 빨며 말했다. 와스칼은 다시 피자를 집어 들었다. 벌써 네 조각째다. 그런 와스칼의 모습을 보던 아타우알파가 말했다.
[그나저나.. 형은 이달 좀 풍족하겠다? 밥도 내가 사고, 지난번 내기에서 내 용돈의 절반이나 가져갔잖아.]
[뭐라니~ 야, 그게 돈이냐? 그걸론 내 차 선팅도 못해.]
와스칼의 눈치를 보던 아타우알파가 콜라를 따라주며, 살랑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 그럼 나 사천만 땡겨주면 안 돼?]
[컥, 아 진짜~! 안돼!]
와스칼은 갑자기 목이 막힌 듯, 쿨럭거렸다. 아타우알파가 콜라를 내밀며 다시 살랑거렸다.
[담달 용돈 받음 줄께. 내일 데이트 가는데 나 텔비는 커녕 톨비도 없어~응? 형~]
[아 진짜~ 뭐래~ 아놔~!]
[혀엉~ 내가 저녁도 샀잖아~ 응?]
와스칼은 아타우알파가 내미는 콜라를 받아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 말했다.
[.. 그럼 삼천만 줄께. 이거 그냥 주는 거 아니다. 빌려주는 거다.]
[응! 고마워!]
거실벽의 커다란 화면으로 리프리그의 경기가 펼쳐졌다. 그렇게 형제의 오붓한 식사시간의 배경음으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형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피자를 하나 더 시켜야 할 것 같다.
"이게 다 돈 때문이네. 그걸로 이루어지는 거지. 잘못된 게 아니네."
마진콜(margin cal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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