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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신족과의 전쟁, 그리고 미미르의 목을 얻다.
한편, 소란은 저 멀리 '바나헤임(Vanraheim)'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일어났다. '아사 신족(Æsir)'이 '굴베이그'에게 저지른 일을 알게 된 '반 신족(Vanir)'이 분노한 것이다. 반 신족은 이것을 굴베이그가 아닌 반 신족이 당한 치욕이자, 수모라고 여겼다. 반 신족은 마침내 아사 신족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굴베이그가 인간에게 일으킨 황금에 대한 열망은 뜻밖에도 두 신족 간의 최초의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다.
아사 신족과 반 신족은 '미드가르드의 성벽(또는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쳤다. 반 신족을 맞이한 오딘과 아사 신족은 자신들과는 다르게 무장이 빈약한 것을 보고 비웃었다. 더욱이 성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도 있어서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반 신족이 저 빈약한 무기로 이 성벽을 상대로 어찌하나 지켜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반 신족이 마법의 힘으로 성벽을 무너뜨려버린 것이었다. 성벽이 무너지자 아사 신족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오딘은 침착했다.
오딘이 앞으로 나가며 반 신족을 향해 자신의 창을 던졌다. 그러자 이에 용기를 얻은 아사 신족은 소리를 지르며 반 신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최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사 신족은 성벽이 무너지면서 잠시 당황했었지만, 원래가 호전적이고, 전투에 능했다. 직접 맞붙어 싸우게 되자, 오히려 반 신족이 밀리기 시작했다. 아사 신족의 용맹에 질린 반 신족은 결국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사 신족이 반 신족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사 신족은 반 신족을 따라 바나헤임 까지 쳐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궁지에 몰린 반 신족이 죽을 힘을 다해 반격을 가했고, 아사 신족은 그 기세를 잃고 말았다. 결국 최초의 전쟁으로 불린 두 신족의 전쟁은 서로 일진일퇴(一進一退)의 공방을 거듭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 상태가 지속되자, 신들도 서서히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두 신족 모두, 어느 한 쪽이 이길 수가 없는 싸움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벌인 전쟁으로 이젠 온 세상이 황폐해져가고 있었다. 굴베이그의 황금에 빠진 인간들의 경우는 비교할 꺼리도 되지 못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두 신족은 자신들이 벌인 일을 깨닫고는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아사 신족과 반 신족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앞으로는 결코 서로에 대해 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의 주요 신들을 서로에게 인질로 보내는 것에 합의했다. 그리고 커다란 통에 서로의 침을 섞어 그 증거로 삼았다.
이에 반 신족은 자신들의 지도자 중 한명이었던, '뇨르드(Njorðr: 힘)'와 그의 아들 '프레이(Freyr: 주인, 군주, 지배자)', 그리고 뇨르드의 딸 '프레이야(Freyja: 여주인)'를 인질로서 아사 신족에게 보냈다. 이에 아사 신족은 건장하고 잘생긴 신 '헤니르(Hoenir:강한, 조력자)'와 현명한 '미미르(Mimir:물을 가지고 오는 거인)'를 역시 인질로서 반 신족에게 보냈다. 헤니르와 미미르를 본 반 신족은 크게 만족하며, 이들을 자신들의 지도자들로 추대했다.
헤니르는 미미르를 항상 곁에 두어 그에게 조언을 얻으며 모든 일을 처리해 나아갔다. 그 누구의 불만 하나 생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진행되었고, 반 신족은 정말 좋은 지도자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그때까지는. 그런데 언젠가부터 뭔가 일이 서서히 이상해졌다. 바로 미미르가 자리를 비울 때였다. 사실 외모는 출중했을지 몰라도, 사실 헤니르는 미미르만큼 현명하지 못했다. 점점 일이 몰리고, 미미르가 헤니르의 곁을 떠나 있는 일도 늘어났다.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시오"
미미르에게 조언을 얻지 못하게 되자, 헤니르는 이런 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반 신족은 헤니르를 의심했고, 아사 신족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믿었다. 자신들은 유능한 신들을 보냈는데, 아사 신족은 이런 잘생기기만한 바보를 보냈다며 격분했다. 반 신족은 미미르가 돌아오자 그를 붙잡아 머리를 베어버린 뒤, 헤니르에게 미미르의 머리를 들려보냈다. 헤니르는 바보라 죽여봤자 쓸모가 없고, 미미르는 현자이니 그를 죽이면 오딘과 아사 신족이 슬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헤니르가 미미르의 머리를 가지고 덜렁 돌아와버렸지만, 아사 신족은 별로 슬퍼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았다. 뇨르드와 그의 아이들도 돌려보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딘은 슬퍼하기는 커녕, 내심 기뻐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오딘은 헤니르를 다시 아사 신족으로 받아들인 다음, 미미르의 머리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미르의 머리를 썪지 않게 약초를 바르고, 주문을 외워 그가 죽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미미르는 머리만 남았지만 다시 살아났고, 오딘의 곁에서 여전히 그의 충직한 조언자이자 참모가 되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그동안 알려주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지식까지도 오딘에게 알려주었다.
사람이 아는 것이 많아지면 마음을 잃는다고 했던가? 아니 처음부터 오딘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딘은 미미르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가지길 원했다. 그런 와중에 반 신족과의 평화협상은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오딘은 자신이 원했던 대로 미미르가 그동안 가르쳐주지 않았던 지식까지 습득하게 되었다. 거기다 그 과정에서 지독했던 전쟁도 마무리했고, 자신들이 보낸 인질들은 돌려받았지만, 뇨르드와 그의 두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음으로써 반 신족의 인질들은 고스란히 잡았다. 더욱이 이들을 아사 신족으로 받아들이며, 아사 신족은 유능한 인재들을 얻었다. 이거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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