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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May 31. 2023

19.요툰헤임여행기03-여덟 : 토르는 다시 집으로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우트가르드, 마법, 시간

#. 토르는 다시 집으로


 토르는 분을 참을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방법은 없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우트가르드로 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토르는 그 자리에 서서 온 요툰헤임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놀랍고 분한 것은 로키도 마찬가지였지만, 로키는 토르보다 현실적이었다. 로키는 우트가르드 로키의 마법을 알아채지도 못했고, 그에게 완전히 농락당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우트가르드와 우트가르드 로키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설령 찾아낸다고 한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마법을 부린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까. 로키는 토르의 분노가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토르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 진정해. 자네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아.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 걸 자네는 어떻겠어? 하지만 지금은 진정해. 복수하고 싶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당장은 아니야. 그러니 진정하고 조금 기다려. 반드시 기회가 올 테니까. 우리 그때를 노리자고. 응?]


 토르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로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도 않았다. 한동안 거친 숨을 내쉬던 토르는 천천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로키와 티알피, 로스크바가 그런 토르를 뒤따랐다.


 우트가르드 로키의 말처럼 숲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작은 숲은 결코 아니었지만, 며칠이나 헤맬 만큼 크지도 않았다. 숲 옆으로 아주 커다란 산이 이어졌는데 정말 세 개의 계곡이 보였다. 그중에서 토르가 세 번째로 내리쳤다는 곳이 가장 깊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그 깊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토르와 일행들은 다시 바다를 건너 미드가르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농부의 집으로 향했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다시금 부모를 만났는데, 두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본 농부 부부는 기뻐하며 눈물로 이들을 맞이했다. 잠시 그곳에서 쉰 토르와 로키는 토르의 마차를 타고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티알피와 로스크바는 다시 농부 부부와 이별하고, 토르와 함께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토르에게 남은 거라고는 다리 하나를 절게 된 산양과 거인들에게 놀림을 당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티알피라는 충직한 하인을 얻었지만 그것이 토르의 비참한 가슴에 위로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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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01

 요툰헤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우트가르드(Utgarðr : 세상의 구분으로서의 우트가르드가 아닌 요툰헤임의 중심부인 우트가르드)'가 어떤 곳인지는 정확하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트가르드의 모습은 이렇다.


- 산(山) 만큼 커다란 스크리미르보다도 크고 강한 거인들이 살고 있다.

- 우트가르드는 온 아스가르드가 들어갈 만큼 크고, 우트가르드의 성벽은 매우 크고 높다.

- 이곳은 모든 것들이 거대해서 심지어 고양이마저도 토르보다 크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우트가르드 로키(Utgarda Loki : 밖의 대지를 잠그는 자)'의 마법이었다. 그렇다면 우트가르드는 대체 어떤 곳일까? 우트가르드 로키의 마법을 제외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 우트가르드는 요툰헤임에 있는데, 거인들도 가기를 꺼리는 지역이다.

- 우트가르드는 우트가르드 로키라는 거인이 다스린다.

- 우트가르드 로키는 아주 엄청난 마법사다.


 이외에는 우트가르드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요툰헤임에서도 어디에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이야기를 제외하고 원전의 다른 이야기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지역은 아니다. 한때, 사람들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지역을 현실에서 우리가 사는 지역과 연관 지어보고자 한 적이 있다. 그때 요툰헤임과 우트가르드는 대체로 북극과 인접한 지역으로 여겨지곤 했다.


#.PS02

 북유럽 신화를 보다 보면, 로키가 마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야기를 살펴보면, 로키는 지식에 대한 욕망과 마법에 대한 욕망이 강한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로키는 '오딘(Odinn : 분노)'처럼 스스로 죽음을 겪으며, '룬 마법과 룬 문자(R'un, Rune)'를 배우지는 못했다. 그리고 로키와 '프레이야(Freyja : 여주인)'와의 관계로 볼 때, 프레이야의 마법이나 '세이드(seiðr)'라고 불리는 무녀의 마법도 배우지는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로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많은 마법을 익혔다.


  예전 '파멸의 세 아이' 편에서 언급했듯이, 로키가 마녀 '앙그르보다(Angrboðar : 설익은 여자, 혹은 슬픔을 가져오는 자)'에게 접근한 이유도 그녀의 마법을 배우거나 빼앗기 위함이었다.(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파멸의 세 아이를 낳았지만) 로키는 그중에서도 모습이나 특성을 바꾸는 마법을 좋아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북유럽 신화의 여러 이야기에서 로키는 마법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로키는 마법에 있어서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 불,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 (출처 : https://unsplash.com/ko/@maxim_tajer )


 그렇다면 로키는 왜 우트가르드 로키의 마법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을까? 


 그것은 우트가르드 로키가 로키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강력한 마법을 지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로키는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고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로키와 '로기(Logi)'의 먹방대결이다. 로키는 '거짓과 기만의 신'이면서 동시에 '불의 신'이다. 그런 로키에 맞선 로기는 불 그 자체였는데도 로키는 로기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우트가르드 로키의 마법의 로키의 그것을 훨씬 상회하고도 남았던 것이다. 우트가르드에서 지내는 내내 토르 역시, 그렇게 당하면서도 마법이라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토르는 머리가 좋은 신이다. 그런 토르가 우트가르드를 떠나며, 우트가르드 로키가 이야기해 주기 전까지는 전혀 마법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볼 때 우트가르드 로키의 마법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마법을 지닌 존재들 중 최고의 톱클래스였을 것이다.


#.PS03

 토르의 두 번째 삼세판 대결에서 마지막으로 상대한 '앨리(Elli)'를 흔히 '노령'이라고 여긴다. '노령'은 '늙은 나이'라는 뜻으로 '늙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노령', '늙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시간' 또는 '시간의 흐름'으로 보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이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있다. 앞서 수 없이 언급한 '운명' '죽음'이 그렇고, 이번 이야기에 등장한 '시간'이 그렇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제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늙고 결국에는 죽는다. 그렇기에 이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럼에도 토르는 시간과 맞서서 아주 오랫동안 견디어 냈다. 비록 오랜 시간 견디다가 한쪽 무릎을 꿇었지만 토르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렇게 맞선 자는 없다.


- 시간의 흐름에 우리는 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출처 : https://unsplash.com/ko/@corina_rainer_ )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은 지금도 '운명'과 '죽음' 그리고 '시간'에 맞서고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수많은 질병과 싸우고,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모든 매체에서 수많은 '안티에이징(anti-aging)'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노화를 막기 위해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진다. 과연 우리 인간은 운명과 죽음, 그리고 시간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적어도 우리 인간이 토르처럼 견디어내는 날이 올 것인가?


#.PS04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덧붙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01. 토르와 그 일행이 들어간 성문의 틈새는 다양한 형태로 묘사되곤 합니다. 때로는 성벽의 갈라진 틈으로, 때로는 쇠창살이 달린 통풍구 같은 틈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처럼 성문과 성벽 사이의 틈새나 경첩의 틈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전 이 중에서 '성문과 성벽사이의 경첩으로 생긴 틈'으로 묘사했습니다.


-02. 원전에서는 우트가르드의 내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한 묘사는 저의 창작입니다.


-03. 원전에서는 우트가르드 로키가 티알피에게 무슨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묻자, 티알피가 달리기를 잘하니 달리기 대결을 하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전 이 부분을 로스크바가 대답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네, 로스크바가 너무 등장을 하지 않아서요.


-04. 원전에 따라 토르에게 술을 따라 준 것이 '뿔잔'이 아닌, '촛대용 뿔'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전사들에게 술을 내릴 때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전 이것을 뿔잔으로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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