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브런치 북 작업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매거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번째 작업물로[북유럽 신화 이야기 2.0B]의 작업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시작을 하고, 진행을 하고, 결말을 낼지도.연재 중인 '북유럽 신화 이야기'는 첫 부분 일부를 제외하면,그 이후는 '1.5~2.0 버전'이라 조금 더 퇴고를 하면 될 것이라고 여겼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금방 작업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 작업을 아주 만만하게 보았다는 것을.
- 내가 만만해 보이디? Feat.북유럽 신화 이야기 (전에 받아둔 거라 출처는 기억이 안남)
4월 중순부터 지금까지,그 시작은 나의 욕심이었다.예전부터[북유럽 신화 이야기 2.0B]를 쓰게되면,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웹진에 연재를 하던 때, 당시 연재하던 글과 앞으로 쓰려는 글의 일부를 하나로 묶어보고 싶었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 그글들을 모두 연결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다.웹진을 문을 닫으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천천히 세계관을 구상하고, 조금씩 정리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수십 번도 더 갈아엎었지만, 다행히 하나의 세계관(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을 건져냈다.
[북유럽 신화 이야기 2.0B]를 작업하기로 하면서 난 이걸 써먹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달이 넘는 삽질이 시작되었다.
- 어차피 인생은 삽질이다. (내가 대학 시절부터 쓰던 문구와 캐릭터다.)
세계관의 설정을 기반으로 소설의 형태로 북유럽 신화 2.0B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그런지, 조금 신이나서 글을 써내려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쓰고 있는데, 왠지찜찜했다.
[아.. 이건 아니다.]
본능적으로 경보가 울렸다. 바로 쓰던 것을 멈추고 살펴보았다.글이 쓸데없이 길고 장황하다. 세계관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그렇고, 북유럽 신화 이야기와연결하다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구구절절해졌다.(주객이 전도되었다.)
그래서 세계관을 무시하고 다시 적어보았는데, 뭔가 너무 밋밋했다. 세계관에 대한 미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세계관의 일부를 섞어 다시 적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초심으로 돌아가서 아주 예전에 북유럽 신화 이야기를 처음 썼을 때의 형태로 적어보았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결방법이 필요했다.
나는나와 다른 DNA를 가진 두뇌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세계관의 일부가 들어간 형태와 초심으로 적은 형태에서 일부를 가져와 조언을 구했다. 결과는 둘다 그다지.
나도 마음에 안들고, 읽는 이도 마음에 안든다면 그건 잘못 쓴 것이 확실하다. 결국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경험으로 돌리고, 다시 쓰는게 낫다. 문제는 이제는 지친 상태인데다, 연재하는 글도 써야 한다. 그리고 난 현생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광부작가인 내가 현생을 외면하고, 글을 쓸수는 없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찬찬히 다시 작업을 하는 수밖에. 일단은 욕심을 내려놓고 말이다.
#PS
누가 보면, "얼마나 대단한 걸 쓰길래, 이 야단이야?" 싶을 것 같다. 근데, 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가장 단순한 형태로 편하게 쓸 생각이다.(세계관이고, 나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