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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ul 17. 2023

21. 토르와 황금갈기-여덟 : 굴팍시의 새 주인

북유럽 신화, 북유럽 신화 이야기, 토르, 마그니, 굴팍시

#.굴팍시의 새 주인은


 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소식에 오딘은 몇몇 신들과 함께 신들이 토르의 문병을 왔다. 토르는 침대에 기대앉은 채, 잠이 든 마그니를 품에 안고 문병을 온 신들을 맞이했다. 오딘과 신들은 토르의 침대 곁에 둘러앉았다. 토르의 상처는 치유되었지만 머리에 박힌 숫돌 조각은 그대로 남았다. 신들이 안타깝게 토르를 바라보았는데, 토르가 평소처럼 호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걱정들 마요. 전사에게 이런 상처 따윈 훈장이니까.]


 그제야 신들도 따라 웃었다. 토르가 늘어놓는 무용담을 듣던 중, 문병을 온 신들 사이에 끼어있던 로키가 물었다. 


[어이, 그건 그렇고. 오면서 보니 황금빛으로 빛나는 말로 마구간이 훤하더라고? 티알피가 끌고 왔다던데, 거 돈 좀 되겠더라고. 뭐, 자네의 전리품이니 그 처리는 자네 마음이지만.]

[말? 아, 흐룽그니르가 타던 녀석 말이지?]


토르가 품에서 잠이 든 마그니를 내려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당연히 우리 아들, 마그니에게 줘야지.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난 그대로 질식해 죽고 말았을 거야.]

[뭐? 그런 좋은 말을 이런 거인의 피가 섞인 갓난아이에게 주겠다고? 그건 아니다. 아들아, 말은 그 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거다. 세상에 나보다 더 말에 대해 잘 아는 신은 없지 않느냐? 그리고 그 말은 이 애비가 진작부터 알아본 말이란다. 그러니 나에게 그 말을 줘야 한다!]


 오딘이 목소리가 커지며 토르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토르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쉿! 아버지 손주가 깨겠어요. 그리고 말이죠..]


 토르는 가만히 오딘을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아버지께서 쓸데없이 호기만 부리지 않으셨어도, 제가 그 거인 놈과 싸우지도, 이렇게 다치지도 않았을 겁니다. 덕분에 전 이렇게 머리에 훈장까지 새로 박아 넣었죠. 아버지는 이미 슬레이프니르라는 아홉 세상 최고의 명마를 가지고 있으신데, 또 무슨 말이 새로 필요하신 건가요? 손주에게 태어난 선물을 주신다고 생각하시고, 굴팍시는 손주에게 양보하세요. 전 굴팍시를 마그니에게 줄 겁니다.]


 토르의 싸늘한 대답에 오딘은 그저 두 손을 부르르 떨며 화를 삭였다. 이 모든 일이 오딘이 굴팍시를 탐을 내서 발생한 일이었고, 주위에는 많은 신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토르의 주장은 정당했고, 그의 말 중 어느 한 곳도 틀린 것이 없었다. 오딘은 마음속에 서운함을 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토르는 시선을 다시 품에 안은 마그니에게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말다툼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그니는 토르의 품에 안겨 아주 달게 잠을 잤다. 마그니의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갓 태어난 아기의 부드러운 살내음이 토르에게 전해졌다. 토르는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마그니를 바라보았다. 토르가 그토록 바라던 아들이다. 마그니는 붕어빵이라고 할 만큼 토르를 닮았고, 힘과 용기를 이어받았다. 마그니는 토르의 뒤를 이어 아스가르드 최고의 전사이자, 아홉 세상 최고의 전사가 될 것이다. 


-2003년 새해맞이용으로 그렸던, 토르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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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01

 간혹 '발라스캴프(Valaskialf : 죽은 자의 선반, 오딘의 전당)' '발할라(Valhalla : 죽은 전사의 전당, 오딘의 전당)'를 같은 곳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곳을 전혀 다른 곳으로 보았습니다. 같은 곳이라면, 이전 '그림니르의 시(Grimnismal)'를 비롯한 원전에서 굳이 나누어서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알려진 '전당(殿堂 : 크고 넓은 집)' 이외에도 오딘은 여러 개의 전당이나 저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발라스캴프는 오딘이 가벼운 연회나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집무를 보는 곳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반면 발할라는 오딘이 주로 집무를 보는 전당이면서, 동시에 오딘의 전사들인 '에인헤랴르(Einherjar/Einherier : 홀로 싸우는 자들 또는 죽지 못하는 자들, 오딘의 전사들)'가 사는 곳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오딘의 옥좌인 '흘리드스캴프(Hliðskalf : 출입구가 있는 객실)'가 발라스캴프에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 발라스캴프가 아닌 발할라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발라스캴프와 발할라는 신들의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에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이런 혼선이 빚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PS02

 일설에는 '흐룽그니르(Hrungnir : 싸움꾼, 소란 또는 둥그런 것)'는 머리와 몸, 심장이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흐룽그니르의 심장'은 날카롭고 세 면으로 된 돌의 심장이라고 전해집니다. 또한, 그가 무기로 사용한 '숫돌' '부싯깃 돌'이나 '그런 돌로 만든 몽둥이'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요르문간드(Yormungandr : 대지의 지팡이)'보다 흐룽그니르를 '토르의 최대 적수'라고 보기도 하지만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흐룽그니르가 거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토르에게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르문간드를 대신할 만한 위치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흐룽그니르와 싸우는 토르, '아스가르드 스토리'의 삽화(1901. 출처 : https://nl.wikipedia.org/wiki/Thor )


#.PS03

 '그로아(Groa : 성장, 성장하는)'는 미드가르드의 무녀(巫女) 또는 마녀(魔女)라고 전해집니다. 그녀는 '발라(Wala/vala/Volva)'로 알려져 있으며, 그 마법의 주문을 알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발라'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마법이나 마법사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발라는 모두 '여성'이며, 동시에 모두 '이미 죽은 자들'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딘'이 '이그드라실(Yggðrasill)'에 매달리거나, 니블헤임을 여행하면서 얻거나 얻고자 한 지식과 마법이 바로 '발라'였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여신 '프레이야'의 마법도 '발라'거나, '발라'에 기초한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로아의 남편, '아우르반딜(Orvandel, Aurvandill : 별 또는 물의 검으로 추정됨)'은 '용사'라고 불리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데인 인의 사적(Gesta Danorum)'에서는 용감한 전사이자, 유명한 해적으로 등장하는데 동일 인물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스비프다그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주는 그로아. W.G.콜린우드 그림(1908.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r%C3%B3a )


 이번 이야기 외에도 북유럽 신화에서 '그로아'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유명한 베르세르크 전사인 '스비프다그(Svipdagr : 갑작스러운 날, 뜻밖의 일이 생긴 날)'의 전설에서 그의 어머니로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앞서 말한 '발라'성격에 걸맞게 이미 '죽은 자'로 등장합니다. 계모에게 핍박받던 스비프다그가 어머니인 그로아의 무덤으로 가서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그로아가 나타나 아들에게 발라의 마법 중 '아홉 가지의 마법'을 그에게 알려줍니다. 이후, 스비프다그는 어머니가 알려준 아홉 가지의 마법을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그는 평생의 연인을 얻고, 용감한 전사이자 유명한 영웅이 됩니다.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그로아와 스비프다그의 어머니인 그로아가 동일 인물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둘 다 마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일 인물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PS04

이번 이야기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덧붙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01. 흐룽그니르가 난동을 부릴 때, 토르나 헤임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원전에서는 흐룽그니르의 난동에 질린 신들이 토르의 이름을 부르자, 토르가 연회장으로 달려왔다고 묘사됩니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토르가 집에 있었다거나, 부재중이었다고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헤임달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토르는 업무로 자리를 비웠고, 헤임달은 오딘의 명령이 있어서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아스가르드에 있는 신들의 면면을 살펴보았을 때, 흐룽그니르의 난동에 뛰어들만한 신들은 많습니다.(헤임달, 티르, 헤르모드 등등 아주 많죠.) 그러나 이들은 원전에 등장하기 않기 때문에 헤임달을 제외하고 그들은 등장시키지 않았습니다.   

 

-02. 토르와 흐룽그니르의 결투의 세부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결투의 장소만이 명확할 뿐이죠. 애초에 결투의 대상이 토르와 흐룽그니르 간의 1:1 대결인지도 확실하지 않으며, 결투가 열린 시간도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에 결투의 대상은 대결은 '1:1 대결'이지만, 흐룽그니르가 어긴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결투의 시간도 흐룽그니르가 집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인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티알피와 모쿠르칼비의 대결은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티알피가 모쿠르칼비의 발목(혹은 종아리)를 베어 넘어뜨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재빠른 티알피를 잡으려던 모쿠르칼비가 둔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티알피가 모쿠르칼비의 발목을 베는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03.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로키를 등장시킨 것은 저의 상상입니다. 원전에서 로키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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