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큐브, 바드 단테, 단편, 이야기, 소설
▶ 예전에 적었던 짧은 이야기입니다.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의 이름으로 대신합니다.
처음에는 다른 이야기의 프롤로그 부분으로 사용해 보려고 시작했다가 별도의 단편이 되었습니다.
◇ Prologue 1 - 2
웨스트벨에서 뉴폼페이 중앙광장으로 향하다 보면, 오래된 식당과 카페, 선술집으로 가득한 거리가 있다. 지금은 구도심의 먹자골목으로 여겨지지만, 이 거리는 '뮤즈에비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소극장과 공연장으로 가득한 거리였다. 지금은 대부분이 신도심의 시립극장거리로 옮겨가고, 그 자리를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대신했다. 작은 소극장 몇 곳과 거리만큼 오래된 레스토랑과 카페, 선술집 몇 군데가 역사유적처럼 남아 있었지만.
'작은 물푸레나뭇가지'는 학창 시절부터 자주 다녔던 식당 겸 선술집이다. 우리들은 학교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숙사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면 소극장 앞 계단에서 졸다가 이곳에 와서 아침을 먹곤 했다. 이곳처럼 저렴하고 또 맛있는 집은 뉴폼페이시 어디를 뒤져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그 돈 없고 꼬질꼬질한 풋내기 대학생으로 이곳의 문을 들어서지 않지만.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은 여전히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를 알아본 주인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리르 씨"
"아, 안녕하세요."
나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지금 주인은 이런 오래된 식당의 주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젊고 말쑥한 청년이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퍼드 씨의 아들로 3년 전 퍼드 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식당을 이어가고 있다. 통칭 '퍼드 주니어'라고 불렸다. 그가 나를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다.
"리르 씨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죠?"
"아, 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다. 작은 물푸레나뭇가지의 가장 안쪽 창가자리. 딱 예닐곱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나를 반겼다. 언제나 같은 자리. 비록 퍼드씨는 없지만 이 식당은 여전히 같은 분위기를 지켜주었다. 이 자리도 역시 15년이 훨씬 넘었어도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창가 쪽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은 비어있었지만 이곳이 내 자리다. 우리가 모두 모인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즈음 지나서였다. 모두라고 해도 이제는 단 4명만이 남았지만. 언제나 바쁜 제이가 자리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둥글넓적한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이 인상적이라고 하면 인상적인 녀석이다.
"젠장~! 대체 시장이란 녀석은 뭐 하는 거야?! 세상에 사무실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이 넘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야, 차가 막히는 게 하루 이틀이야? 넌 언제나 핑계가 그렇게 똑같냐? 또 한 시간이야. 또 지각이라고."
로이가 의자에 손을 얹은 채 몸을 틀어 제이에게 툴툴거렸다.
"핑계가 아니야. 너도 차를 타고 왔으면 할꺼아니야~"
"이 시간대는 언제나 그래. 그러니까 조금 일찍 나오라니까."
이재는 홍일점이 된 조던이 말했다. 제이가 미간을 찡그리며 조던을 보았다. 그러더니 카운터를 향해 외쳤다.
"이봐, 퍼드 주니어~! 여기 흑맥주 네 잔 빨리! 맥주로라도 입을 틀어막던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친구들에게 갉아먹힐 거야!"
제이의 주문을 들은 퍼드 주니어가 큭큭거리며 재빨리 맥주를 날아왔다. 제이는 퍼드 주니어가 맥주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들이켰다.
"세상에~ 이젠 조던 너까지 바가지를 긁는 거야? 집에서는 마누라가 긁어대지, 사무실에서는 그 빌어드실 작가 녀석분들이 긁어대지~ 제발 여기서 만큼은 좀 쉬어가자, 응?"
"호호호~ 내가 바가지를 긁을 남편이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제이는 잘 나가는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로이는 실적 좋은 자동차 딜러로, 조던은 시립 극단의 깐깐한 연출자로. 밖에서는 각자의 삶에 맞춰 살았지만, 이렇게 모여있을 때면 그런 답답한 정장 같은 모습은 필요 없었다. 이곳에서의 우리는 학창 시절 며칠 동안 빨지 않은 청바지를 입고 제일 값싼 아침을 먹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지금은 그때처럼 제일 값싼 아침을 먹지는 않지만.
우리는 음식이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다음 시장은 누가 좋고, 이번에 새로운 차가 출시되고, 어디서 어디까지 새롭게 도로가 뚫리고.. 그러고 나면 로이와 제이의 마누라 흉보기가 이어지고, 이내 나와 조던은 언제까지 혼자 살건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정도까지 가게 되면, 나와 조던은 배우자 없는 죄를 쓴 피고인이 되어 그대로 로이와 제이라는 검사와 판사의 판결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니 그들의 협공을 그대로 당하던가 아니면 최대한 빨리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게 상책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조던이 먼저 재판대에 올랐다. '대체 조던은 언제 시집을 갈 것인가?'로 시작해서 '언제까지 이 배 나온 아저씨들의 정기를 빨아먹을 것인가?'로 이어졌다. 조던은 이 두 법률가의 공세를 '아직은 남자 생각이 없다.'는 말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늘 느끼는 거지만, 조던은 확실히 나보다 대응을 잘하는 편이다. 이제 두 법률가의 다음 목표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