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처음으로 해피 버스 데이 투 유~.

우리는 상어 가족: 상어 가족의 시작.

by Janie
물론 나의 잘못이다.


우리 집 택배는 보통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왔었다. 그래서 당연히 그 시간에 택배가 오는 줄 알았다. 오후 5시에서 7시라고? 정말요? 지금 당장 택배 기사님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기사님 30분 후 어디 계실 예정인가요?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30분 후 옆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 뵙기로 했다. 그러나 일이 밀렸던 기사님은 30-40분이 더 걸려 나타나셨고, 다행히도 난 그분의 도움과 배려로 파티 풍선을 찾아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점심을 후다닥 먹은 현재 시간은 오후 1시간 반. 오후 3시까지는 여유 있다. 다 끝내고 30분만 쉬다 가자. 하지만 사람들은 말했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나는 평상시 손이 빠른 편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파티 풍선 포장을 열어보니 구성물이 꽤 된다. 미리 주문해 놓았었던 무지개 조형물도 꺼냈다. 하얀 생일 케이크에 포인트가 될 제품이다. 이제 시작해보자.


하나하나 알파벳을 이어 플래카드 만들었다. 오케이. 바늘에 실을 꿰어 알록달록 솜방울을 하나하나 이어 나갔다. 이것도 오케이. 반짝반짝 별들을 테이프를 이용해 늘어 뜨리고 시계를 보았다. 어 뭐지 시간이 언제 지나갔지. 그래 뭐 딸아이 생일인데 30분 못 쉬고 나가면 어때?


구름 풍선, 별풍선, 땡땡이 풍선, 숫자 풍선, 파스텔 풍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끊임없이 남았구나. 이건 뭐 그냥 하나하나 불어서 장식하면 되지. 그런데 끝나지가 않았다. 불어도 불어도 또 불어야 했다. 풍선 불어주는 도구가 들어있었음에도 끝나지 않는다. 아 이 슬픈 예감은 뭐지. 안된다. 보통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단 말이다.


하나하나 불어 장식하니 세상에나 벌써 오후 2시 50분이 넘었다. 파티 풍선 업체 사장님께 제안 하나 드린다. 사장님~, 소요 시간도 적어 주세요. 엉엉.


에어컨을 틀었건만 난 땀범벅이 되었고 머리는 망가져 있었다. 이럴 순 없다. 딸의 생일이다. 상큼하게 데리러 가야지. 난 후다닥 샤워를 하고 난 후 화장과 헤어를 빛의 속도로 손봤다. 20분 후 난 이미 파김치가 되었건만 상큼한 척 그렇게 공주님을 데리러 갔다.


우리 딸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린이집에서 나왔다. 그리곤 방금 전까지 같이 어린이집에서 놀던 친구들과 다시 반갑게 인사하고는 놀이터에서 다 같이 논다. 신기하다. 어쩜 오래간만에 만난 것처럼 서로 반가워하니?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요즘 우리 공주님 친구들과 노는 게 큰 낙이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다. 즐기렴, 딸아. 그런데 오늘은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단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난 공주님과 함께 집으로 왔다. 남편은 오늘을 위해 일찍 퇴근했고, 옆 동에 사는 우리 엄마는 급작스레 호출되었다. 할아버지는 아쉽게도 아직 퇴근 전이셨다. 난 먼저 후다닥 올라가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 무지개 토퍼를 올려 장식했다. 그리곤 심혈을 기울여 아니 손 빠르게 준비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틀고 우리 공주님을 맞이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은 할머니와 아빠 손을 붙잡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깜짝 놀라, “할머니, 저게 뭐예요?”하며 뛰어 들어왔다. 짜식, 엄마가 준비했다. 이 정도쯤이야.


택배 기사님께 읍소하고 한 시간 반에 걸쳐 완성한 나의 걸작(?).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이게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고? 인정한다. 나도 전에는 정말 그리 오래 걸릴지 몰랐으니까. 딸아, 지금 보니 사진에는 바닥에 깔린 수많은 파스텔톤 풍선은 보이지도 않네. 어쨌든, 한 땀 한 땀 널 위해 준비했단다. 훗날 너에겐 찰나의 기억이 되겠지만, 아니 기억으로 남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딸은 신나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으며, 저기 앉아 케이크를 맛나게 먹었다. 할머니와 아빠가 찍는 파파라치샷을 즐기며 말이다. 이후 딸은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엄마 이거 절대 치우지 마세요.” 앗, 이건 생각 못했네.


그날 밤 우리 딸은 또 바로 자지 않고 이 장난 저 장난 장난이란 장난은 다 동원하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내게 말했다.


“엄마, 나 생일이 너무 좋아요. 아까 깜짝 놀랐어요. 맨날맨날 생일이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그렇다. 첫 생일은 코로나로 캔슬하고, 두 돌은 아파서 못하고, 생전 처음으로 네가 생일파티를 했구나. 그래 딸아, 청소하기 좀 불편하면 어떠니. 커튼을 활짝 열 수 없어 아침에 환기하기 좀 불편하면 어떠니. 자꾸 떨어지는 구름 풍선과 별풍선 다시 붙이면 좀 어떠니. 네가 행복하면 난 좋아. 참 생일 선물은 사정상 며칠 있다가 줄게.


그렇게 행복한 맘으로 잠든 우리 딸, 다음날은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이후 공주님은 며칠 동안 내게 말했다. “엄마 매일매일이 생일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 딸은 내년 생일을 또 기다리고 있다. 우리 남편이 말한다. 우리 이거 내년에 또 해야 해? 그럼요 허니, 생일은 매해 돌아오잖아요~. 당신도 매해 축하받으면 기분 좋은 것처럼 우리 딸도 마찬가지라고요. 오늘도 우리 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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