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방심은 금물! 발보다 손빠르게.

우리는 상어 가족: 상어 가족의 시작.

by Janie

오늘 아침은 내 계산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 공주님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줬고, 케이크를 시간에 맞춰 찾으러 가고 있다. 이제 문자 하나만 확인하면 된다. 이런 맙소사. 당장 전화를 해야겠다. 이건 아니잖아. 딸아 걱정 마. 엄마만 믿어.


기사님 이따 30분 후쯤 어디 계실 예정인가요?


우리 딸은 요즘따라 말을 참 안 듣는다. 그런데 그만큼 감동도 참 잘 준다. 아이러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 딸은 말을 듣다 안 듣다 갈대가 따로 없다. 아니 너 좀 전에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니? 이제 엄마 말 잘 들을 거라고. 딸아, 그 말한 지 두 시간도 안 지났거든? 벌써 11시야. 이젠 자야지. 엄마가 마사지해줄게 얼른 침대에 누워보련.


무슨 마사지냐 물으신다면, 우리 공주님 요즘 침대에 누워 말한다. 엄마, 마사지해주세요. 네가 아빠가 엄마 마사지해주는 것을 봐서 그렇구나. 그래, 네가 잠이 든다면 뭔들 못해주겠니. 근데 어라, 오늘은 마사지가 안 통하네. 도망 다닌다. 그때였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왔다.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었다. 난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가끔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날 생기는 증상이다. 그걸 본 우리 딸, 놀라서 날 부른다. 쳐다보니 우리 아가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한다.


“엄마, 내가 말 잘 안 들어서 그래요? 이제 엄마 말 잘 들을 거라고요. 내가 마사지 많이 해줄게요. 그럼 전처럼 좋아질 거예요. 사랑해요.”


그 순간 난 딸의 울먹이는 모습과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네 살 밖에 안된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은 생생하게 기억된다. 물론 엄마 말 잘 듣겠다는 것은 얼마 못 갔다. 그래도 그때 그 감동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엄마, 머리 풀러~ 머리 풀어요!”

우리 딸 오늘도 머리 풀라고 소리친다. 난 머리가 길다. 그런데 집안일을 하다 보면 너무 덥다. 그럴 때면 난 머리를 묶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공주님, 정말 싫어한다. 아 이게 무슨 일이냐고. 남편이 말려도 소용없다. 결국 내가 머리를 풀러야 끝이 난다. 우리 엄마 손녀를 정말 많이 사랑하시는데 이럴 때면 말씀하신다. 야, 넌 왜 우리 딸 머리도 못 묶게 하니. 정말 미스터리다.


난 임신과 출산 전,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티셔츠가 가장 이쁘다고 생각했다. 물론 딱 떨어지는 핏의 원피스도 좋아했고, 하이힐도 좋아했다. 군살 없는 몸의 편안함이 좋아 거의 매일 운동했다. 그리고 머리에 굵은 웨이브 넣는 것을 즐겨했다.


출산을 하니 나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가꿀 시간이 없었다. 가꾸기는커녕 잘 시간도 부족했다. 고난과 역경의 시간으로 이성적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난 육아의 고통보다는 육아의 행복을 작정하고 쓰고 있으니 이 부분은 되도록 생략하겠다. 아 그래도 이 말만큼은 꼭 해야겠다. 세상 모든 부모님, 특히 세상 모든 어머니,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 힘든 육아 일 년 차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헤어 스타일이었다. 화장은 신생아 얼굴에 묻을까 포기해도 헤어만큼 포기할 수 없었다. 난 아기가 잠이 들면 고데기로 후다닥 머리에 웨이브를 넣었다. 일종의 여자로서 내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야 아니야 굳이 힘들었던 그때를 다시 생각하진 말자.


그리고 육아 이 년 차엔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체력이 한계에 도달해 전보다 많이 먹었다. 그런데 운동할 시간은 전혀 없으니 살이 좀 쪄버렸었다. 난 임신 기간 동안 10킬로 미만으로 쪘었고, 산후조리원에서 거의 다 빼고 나왔다. 그래서 자만했었나 보다. 난 살이 안 찐다고.


임신 전 우리 엄마가 말했었지. 옷만 사면 허리를 줄이는 내게 넌 그 옷을 못 입을 거라고. 처음엔 입을 시간이 없었고, 그다음엔 항상 아기를 안아야 해서 긴 바지나 긴치마가 아니면 입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육아 이 년차가 되니 난 한 치수 더 큰 옷을 샀으며 더 이상 허리를 줄이지 않았다.


세 돌이 막 지난 지금,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스피디한 화장이 익숙해져 오분이면 쿠션, 눈썹, 아이라인 그리고 마스카라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틈틈이 글도 쓸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운동도 시작했다. 연말까지 빼면 군살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남편은 옆에서 “정말?” 이라며 놀린다. 두고 보라고. 한다면 한다고.


육아를 하면서 난 늘 웨이브 머리를 포기 못했다. 아침에 등원 전쟁으로 바쁘면, 오후에라도 웨이브를 넣었다. 주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비오는 날만 빼고.


“그래 딸아 이제는 네가 말을 잘하지.

엄마 머리 좀 묶으면 안 되니?

엄마가 더울 때도 있어. 너도 묶잖니.”


오늘도 머리를 풀으라는 딸에게 난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물었다. 오늘도 울면서 때만 쓸 줄 알았다. 그랬더니 우리 딸, 날 쳐다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답했다.


“엄마 머리 풀면 공주처럼 이쁘단 말이에요.”


어머 딸아. 나는 깜짝 놀랐다. 이것이 조기 교육의 효과인가. 어릴 때부터 본 모습이 이리도 영향을 끼치다니. 그래 공주님, 네가 그렇다면 까짓 거 엄마가 풀면 되지. 더우면 몰래 묶을게.


다음 날, 남편이 이 이야기를 듣고 딸에게 물었다.

“엄마 이뻐?”

색칠 공부하던 우리 공주님, 무심히 바로 대답했다.

“응, 이뻐.” 그러더니 다시 색칠하기 바쁘다.

“와이프는 좋겠네. 딸이 이쁘다고 해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았다. 우리 딸이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공주님, 엄마가 늘 노력해서 어여쁜 엄마 상어가 되도록 할게. 엄마 몸매가 예전과 달라 속상했는데 우리 공주님이 이쁘다 말해주니 힘이 나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가져온 색칠하기. 색감이 따뜻해서 참 좋다.

그래서 딸아, 오늘은 엄마가 너에게 감동을 주려고 깜짝 파티를 준비했어. 어라 그런데 파티 풍선이 오후 5시에 온다네. 난 모든 준비를 3시까지 끝내야 하는데 말이다. 당황할 시간이 없다. 발 빠르게 움직여보자.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발이 아니었다. 손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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