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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사과들

[비겁한 사과들]


삼립 호빵은 가난한 시절 전 국민의 허기를 채워주는 따뜻함을 가졌었다. 그 추운 시대를 통과하며 다수 서민들의 간식이자 끼니 역할을 하며 전 국민적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배경으로 SPC 파리바게트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까마득하게 과거를 망각한 파리바게트는 지난 수년간 이윤의 극대화에 눈이 멀어 내부 노동자들을 물건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흔히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 망각하는 큰 착각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좋은 물건을 생산 판매해서 큰 이윤을 얻는 집단이니 더 좋은 재품만 잘 생산하면 능사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기업 활동의 근간에는 사람이 있다. 그 점을 망기한 기업들은 내부 노동자를 서서히 물건이나 기계로만 대한다. 이는 종국에 소비자인 대중에게 ‘사람을 소중히 다루지 않는 기업이 만든 비인간적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고 만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악취처럼 쉽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풍문이라는 바람을 타고 퍼져나간다.


그런 기업의 말로는 종국에 고객들의 외면이다.


오늘 SPC 파리바게트의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경영자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심지어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비겁한 사과이다. 결국 지지율에 목마른 대통령과 정부의 강한 발언이 나오자 거대한 돈을 기꺼이 내고 죄를 면해 보겠다는 심산일 뿐이다.


수백만 원 돈이 들지도 않는 센서 하나를 달지 않아 사람 목숨을 뺏어도 당당했던 기세였지 않았던가.


천억 원을 이리도 쉽게 집행할 (실제 집행할지도 알 수 없지만) 능력이 있는 기업이 어찌 여태 그 작은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 요구도 무시하고 번번이 사람을 갈아 넣어도 괜찮다 생각하고 행동했던가.


오늘 참 뻔뻔한 정수리들이 고개 숙인 모습에 더 화가 난다.


제대로 책임지고 제대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제도를 만들고 더 사람 냄새나는 염치를 아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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