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Dec 25. 2021

작별예보

예보를 받았다. ‘27일부로 영업을 종료합니다.’아침에 매일 가던 커피숍이었다. 오솔길 나듯 익숙히 발걸음을 옮기던 곳이 사라진다니, 커피도 그렇고 친절했던 점원들도 그렇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일하시던 분들은 어디로 가실지 직원들의 안위가 걱정됐다. 사소한 곳에 마음을 흘렸나 싶다가, 또 세어보면 사소하지 않은 관계였다. 아는 것은 하나 없어도 하루에 3분 일주일이면 15분 4주니까 한 달이면 1시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가장 예쁜 말들을 주고받으며 손님과 점원이라는 서로의 역할을 채웠다.


 ‘헤어짐은 어렵구나.’ 작별에도 예고가 있었으면 했는데 막상 예고를 받고 나니 그 역시도 쓰라리다. 곧 작별 예보에 눈가의 수위를 조심하라는 경고등이 켜진다. 일기예보는 자주 틀리던데, 작별 예보는 왜 틀리지 않는 것인지. 그리워할 것만 하나 늘었다.


그래도 자주 걸어 길이 났던 곳.

발길이 닿지 않으면 길 그 위에 올겨울 눈도 쌓이고 내년의 새순과 낙엽도 쌓이겠지. 그렇게 숲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단지 가끔, 눈을 감고 이곳이 길이 있었지

하고 거닐 뿐이라고. 그뿐이라고. 보듬는다.

작가의 이전글 오솔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