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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Jun 13. 2024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책과 도서관, 출판에 관련된 이야기 = 우치다 다쓰루 지음 -


정지우 작가님의 롱블랙 글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샀는데 오랜만에 앉은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이라 기록해 본다.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가 쓴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이 책은 우치다 다쓰루가 그동안 인터넷에 짧게 쓴 글들을 편집자가 엮어서 낸 책이다.



제목부터 도발적이지 않은가.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정말 좋은가? 사람이 있어야 도서관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요즘 도서관의 효용성이 오히려 사람이 없을 때 나온다는 주장이 신선하다. 

책에서는 도서관을 자신의 무지를 가시화하는 공간으로 소개한다. 내가 평생 읽어도 읽지 못할 책들이 이렇게 많다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앞으로도 알아야 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도서관이 무지의 가시화 장소라는 점이다.

그리고 도서관의 빽빽한 서가 사이를 걸어 다닐 때의 고요함. 그 고요한 가운데에서 흥미를 이끄는 책을 찾는 즐거움.

그리고 읽지도 않는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두는 행위. 읽지 않더라도 내가 언젠가는 읽을 책을 사는 행위. 그래서 책은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과 도서관, 출판과 관련된 저자의 인식도 흥미롭다. 출판도 잠재적 '구매자'가 아닌 잠재적 '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옳다는 주장에 일견 끄덕여지기도 한다. 지금은 책을 읽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라.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책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단 생각을 버리라 한다. 저자는 첫 책을 자기 돈으로 제본하고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글은 나의 생각과 동조하는 다른 사람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인지라 돈을 받고 책을 팔아서 장사할 생각이란 접어두라는 얘기다.



저자의 주장은 일면 극단적이지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는다는 측면에서 신선하다. 그리고 우리가 왜 도서관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 대해서 경외감을 가지게 되는지 일견 이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책이나 도서관, 출판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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