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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Sep 02. 2022

고군분투 운동기

살기 위해 운동합니다.

주 2회씩 듣던 필라테스 수업이 벌써 4회 차를 맞았다.


2,3회 차 때에는 끝나고 온 몸이 후들후들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자세들이 몸에 익은 것 같다.

마치 모든 운동을 처음 배울 때 뚝딱이는 것처럼, 요가를 나름대로 오래 해왔다고 자부를 해왔지만 필라테스 자세 잡는걸 도통 모르겠었다.

최근엔 주로 홈트를 해서 몸에 코어 근육들을 쓸 줄을 몰랐던 것 같다. 유연성은 있는 편이라. 운동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장요근은 짧아져 있고, 흉곽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있고, 명치는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심각한 거북목에, 다리는 x다리. 몸은 총체적 난국이다.


필라테스는 처음에 다이어트 목적으로 접근했었다.

근데 다이어트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정말 식이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약 일주일째 저녁을 안 먹거나 매우 가볍게 먹고 있는데, 몸이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그 전에는 저녁이라도 가족들이랑 한 끼 먹어야 한다면서 저녁 꼭 챙겨 먹고, 저녁 먹은 거 소화 안된 채로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 많이 먹은 죄책감에 덜 먹으려고 애쓰고, 그랬었는데.

차라리 저녁을 참고 아침에 운동이나 약간 걸은 후에 자리에 와서 간단하게 뭘 먹거나 그냥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그게 속이 더 편하다. 

회사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움직임이 크지 않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게 먹는 게 훨씬 더 위에 부담이 덜한 것 같다.



필라테스 4 회찬데 하고 나서 시원하다고 하면 주변에서 좀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요가를 오래 해온 게 아주 없지는 않나 보다.

요가나 필라테스나 둘 다 속근육을 주로 쓰는 운동이니까,

그동안 해왔던 게 아주 헛된 것은 아니겠지.



X다리면 다리 부종도 더 잘생기게 된다고 한다. 요즘 하루에 만 보 걷기를 목표로 특히 퇴근시간에 집중적으로 걷고 있는데, 집에 들어가면 다리가 퉁퉁 부어있을 때가 많다. 원래도 다리는 워낙 잘 붓는지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X다리라서 더 하다고 하니... 빨리 교정하고 싶은 맘이 든다.



오늘 수업 중 '스파인 코렉터'라는 기구를 이용한 운동도 있었는데,

맘 카페에서 스파인 코렉터를 사서 눕기만 해도 시원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스파인 코렉터 잘 못 쓰면 척추가 더 망가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진심으로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일단은 안 사길 잘한 것 같다.



운동 가는 길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 축사를 들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대목에서 피식 웃다가,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라는 대목에서 울면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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