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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Oct 05. 2023

명절이 싫은 며느리

우리 시어머니는 참 좋은 분이다.

나에게 싫은 소리도 안 하시고 기본적으로 나를 존중해 주는 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어머니라도 함께 4일을 붙어 있는 건 좀 힘들지 않겠는가?

내 부모랑도 나는 사흘을 붙어있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이번 명절도 예외 없이 그렇게 보내는 명절이 될 것이다.

그다음 주는 그나마 어머니가 월요일 일이 있으셔서 함께하지 않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나도 그냥 대한민국의 평범한 며느리로서, 명절이 정말 싫다.

어떤 느낌이냐면 회사에 나와서 월~수를 일했는데 그게 더 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남들은 내일부터 휴가일 텐데 나는 오늘까지가 휴가고 내일부터 일하러 나가는 느낌이다.

내일은 어김없이 오전에 장을 보고 오후엔 음식을 할 것이다.

모레 아침 일찍은 제사를 지내고 아침에 다 같이 밥을 먹을 것이다.



다 모여봤자 4명인 조촐한 식구라 남자 여자 따로 밥 먹는 것도 없지만

나는 왜 이렇게 명절이 싫은지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있고 어머니가 음식 다 하셔"라는 말로도 이젠 별로 위로가 안되고 그렇게 보낸다는 친구를 봐도 부럽지가 않다.

그냥 각자 자기 집에 가는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

인천공항 가는 친구도 부럽고.



그냥 휴가는 휴가다웠으면 좋겠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그것보다는 나으니까 라는 자기 위로보다는 휴가는 휴가답게 쉬면서 보내고 싶은 게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공통 소망일 텐데. 이 소원은 왜 이리도 이루기 어려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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