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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만기 대비와 우리말 어원 책

[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읽기 시작

 평일인 월요일, 주말에 멈춰 있던 각종 정보 및 일정들이 문자 메시지의 형태로 날아들며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오늘은 생활비 및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받았던 300만 원의 소액 대출의 만기일이 이제 1달 좀 넘게 남았다며 문자가 왔다. 딱 30일째가 되는 날에 연장 여부를 살펴봐야겠지만, 연장이 안 될 수 있다는 걸 가정하고 준비할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해야만 한다.


생각하고 있는 건, 8월에 생산직을 간다는 가정하에 급여로 갚는 것인데 빠져나갈 돈이 많아 충당이 안 되면 우선 카드론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연장이 되는 것이지만.

 저녁 즈음, 답장이 온 지인과 약속 날짜를 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금 망설이다가 당연히 거절당할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말을 꺼내 보았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혹시 도와줄 수 있냐고 물은 뒤에, 300만 원 정도의 소액을 대출받아준다면 매달 발생하는 이자를 대신 내고 만기 전까지 갚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이었다. 만기일까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금액 자체가 못 갚을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에 그게 가능하다면 우선 급한 불은 끄고 일을 해서 6개월 안에는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돈 문제에 얽히는 위험 때문인지 지인은 그건 도와줄 수 없겠다며 거절을 하였다.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을 확인하였고 나 힘든 걸 이야기해 봤자, 상대를 곤란하게 할 뿐이어서 나도 더 이상 질척이게 매달리지 않고 알겠다고 말을 했다.

 대신에 이런 상황일 때 도와줄 수 있는 지인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만큼, 무리해서 만나고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창 일 적응하느라 힘든 8월 달에 무리해서 보기로 하진 않기로 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만나는 건 미루기로 했다. 내 삶이 평탄할 때만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이겠구나 생각으로.


 삶이나 하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기꺼이 내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고 잘해주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상대보단 나를 더 우선으로 두며 적당히 유지할 뿐인 사회적 관계도 있다. 이번 일로 알게 된 내 지인은 후자의 사람이었으므로 나도 적당히 그리고 굳이 애쓰거나 더 신경 써서 잘해야 할 필요는 없는 흔한 관계의 사람임이 판명 났을 뿐이었고 그에 맞춰 행동을 정한 것이었다.


 우선 8일 이후의 연장여부를 보고 안 되면 9월쯤, 직전에 카드론이라도 받기로 생각을 정하고, 생각했던 대로 며칠 뒤 연락해 교육 면접을 최종적으로 취소하고 생산직으로 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지금의 이 시간이 다시 한번 참 한정적이라고 느껴지면서, 어제 머리말 부분 한 장까지 읽다 말은 우리말 어원사전을 집어 들어 마저 읽기로 했다. 지치지 않은 육체로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최소 3달간은 없기 때문이었다.

일반 책 사이즈에 두툼한 두께의 책이다. 뭔가 책 제목만 보면 가벼운 책일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28000원이라는 싸진 않은 책값이 아깝다 싶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고 벌써 4판을 발행한 생각보다 꽤나 유서 깊은 책이었다. 그래서 책 비닐로 정성스레 표지를 감쌌기도 하다.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를 바랐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번 읽어보고 또 한 번씩 색인으로 단어를 찾아보는 말 그대로의 사전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는 걸 대충만 훑어봐도 알 수 있었다.

 겉표지를 넘겼을 때 바로 나오는 모습인데, 그림과 함께 어원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가 함께 나와 있다. 맛보기 페이지라고 할 수 있는데 글의 내용도 짧고 그림도 큼지막해서 재미있다. 흥미를 북돋기 위해서 인 것 같은데, 본문에서는 이렇게 그림책스럽지는 않고 사전에 가깝게 문장이 가득한 글 위주로 되어 있었다.


 이 페이지에서는 우리말 중 한자어 '완벽'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한자어인 만큼 중국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로 생성된 단어라고 한다. 얽힌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


이 페이지를 넘어가면 머리말이 나온다. 머리말에서는 어떤 취지로 이 책이 쓰였는지, 언제 처음 이 책을 썼고 지금이 몇 번째 개정판인지와 같은 출판에 관한 이야기와 책 설명, 어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간략히 나와 있었다.


머리말에서 어원에 관한 내용적으로 기억해야 할 만한 부분은 '불교와 도교 등의 수입으로 문자가 절실하던 삼국시대에 한자를 문자로 도입해 쓰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이었다. 한글이 1400년대에 만들어진 것과 그전까지는 한자를 사용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삼국시대에도 한자를 사용했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그 시기가 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외래 문자를 들여오면서 고유어가 영향을 받고 대체되기까지 했다는 사실은 고유문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하였다.

 우리 고유의 지명들이, 한자가 들어오면서 아예 바뀌었다는 뒤에 이어진 설명을 보고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순우리말이 이어져 내려왔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어려웠던 이유를 몰랐던 사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머리말을 지나 차례를 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기준으로 시대별로 나눠 단어를 분류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놀라웠던 것은 고조선이라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단어가 꽤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려 서기 2333년 전에서 108년 전에 해당하는 기원전부터 뚜렷하게 이어져 내려온 단어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 내용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일을 다니는 동안 얼마큼 읽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고조선 부분만 겨우 읽어 낼 정도에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분만이라도 제대로 읽어내고 나면 적어도 그만큼의 단어만이라도 제대로 안다는 점에서 몹시 기쁘고 채워진 기분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어에 관해서만큼은 꽤 자신감이 부족한 편인데, 일단 일상생활 때문에 사용하기는 하지만 뜻을 제대로 알고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잘 못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마음에 걸리는 불편함이 늘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때는 더 극단적으로 교우관계를 해치면서까지도 말을 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엄청 강했다.


 제대로 알고 말하고 싶다는 그 바람은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다. 우리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국어 익히기에 치중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야 외국어를 접할 때 더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을 해낸 그 자격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앞으로 내게 더 좋은 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한 번 다 보고 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보겠지만, 우선 1 회독을 마치면 준비를 갖춘 상태가 될 것이다. 심리적인 준비 상태든, 다른 것을 추가로 배울 준비 상태든 말이다.

 직업과 시험을 제외하고서 공부나 책을 읽는 것의 의미는 결국 쓸모이며,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쓸모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나에게 참 알맞고 좋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나머지 머리말과 차례까지 읽었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내용면도 읽어 나가고서 그 이후에 느낀 점이나 알게 된 것 따위를 글로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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