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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배우는 문제에 대한 생각

천자문 역해의 머리글을 보다가

 우리말 어원사전을 보다 연속되는 한자단어들과 중국 역사와 문화로 인해, 한자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물론 어원사전을 1 회독하고 안 볼 것은 아니지만 한자를 어느 정도는 알고 봐야 할 것 같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된 것이다.

 단순히 한자만 공부를 한다면,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한자 문제집과 한자 교과서 등을 보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한자 자체를 광범위하게 공부하기보다는 옛 중국에 관한 것들을 다루면서 관련된 한자의 뜻을 상세히 풀어 설명한 책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 책의 이름은 [종요의 대서사시 천자문 역해]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해, 천자문을 풀이한 책으로 현재는 절판되었는데, 내가 구할 당시에도 팔지 않아서 중고서점을 뒤져서 얻어냈다. 이 책도 매우 크고 두꺼운 편이고, 그 내용 때문에 사전으로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쭉 읽기보다는 한 자, 한 자 글자를 골라 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그때그때 단편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책 읽기를 훈련하고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하는 지금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머리말부터 읽기 시작했다.


풀이 부분은 훌륭한 책이긴 하지만, 머리말의 문장들은 내 실력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볼 때 이해가 어려웠다. 문장이 뭔가 매끄럽지도 않고, 여기서는 문단을 나누는 편이 좋지 않나?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같은 줄에 두기에는 어색하고 그래서 의미가 모호해지는 부분도 존재했다.


하지만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전문가 내지는 교육자의 관점으로서 몰랐던 부분을 짚어주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긴 하네? 같은 생각을 들게끔 해준 것이다. 머리말의 첫 페이지를 읽어 보고 내용을 좀 더 파악하기 쉽게 요약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글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목하에, 한글의 70%를 한자로 표기가 가능함에도 100% 한글로만 표기하는 한글 정책이 시행되었다. 여기에서 한자/한문은 남의 말이라고 볼 수 있고 구분된다.

 그런데 세계화로 인해 이런 우리말과 남의 말의 구분을 더 이상 뚜렷하게 하지 않게 되었고, 모국어는 소홀히 하고서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더 우대하게 되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만이라도 영어를 잘해야만 하고 어린아이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까지 배우려고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글문화발전과 그를 바탕으로 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학작품과 문헌 등을 위해서 오래전부터 우리말로 포함해 사용해 온 한문 사용을 폐지하고 한글중심의 정책을 펴왔으면서, 정작 세계화를 이유로 한글은 소홀히 하고 영어 같은 외국어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한글중심의 정책을 펴면서, 오히려 문장표현과 어휘 구사력이 떨어지고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한자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못하게 돼버렸다. 그런데 중국이 다시 세계강국으로 급부상하니까, 중단했던 한문 교육을 다시 초중고에서 실시를 하는데 이미 한문은 우리말에서 유리화되어 외국어에 불과해져 버렸다.


 머리말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국, 한문을 남의 말이라고 구분했다면 왜 다른 남의 말인 영어는 모국어보다 더 중요시하고, 중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니까 뒤늦게 다시 배우냐며 비판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글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배척을 했으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결국 문장표현과 어휘 구사력, 한자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만 저하된 것이 아니냐며 이럴 거면 뭐 하려고 한자를 배척했냐는 이야길 하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서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중학교 때는 과학 과목 중 물리영역에서 힘에 대해 배울 때 '합력'이란 용어로 배웠는데 갑자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까 이 용어를 순우리말인 '알짜힘'으로 바꾼 것이었다. 단지 단어 하나의 변화였을 뿐이지만 굉장히 어색하고 혼란스럽고 개념 자체가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정책의 취지는 좋고,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우리 모국어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정작 실제로 시행되어 적용될 때를 보면 상당히 준비성이 부족하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언어는 오랫동안 써온 것인 만큼 점진적이고 일관성 있게, 혼란과 충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야 할 텐데, 참 급작스럽고 바뀌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처럼 많이 느꼈다. 그로 인해 좋은 취지가 무색하게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기존에 존재했던 점들만 훼손시킴으로써 괜히 건드려서 망치기만  셈이 되는 것이다.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정책의 부실함과 일관성 없음으로 인해 유리되어 버린 한문과 한자에 대한 무지를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나는 강대국이 된 중국으로 인해 비즈니스상이나 취업 문제로 한자를 익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치상 한자문화권의 국가가 인접해 있는 상황으로도 배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라, 일본만 해도 한자를 병기해서 많이 표시를 한다. 작게 일본어를 같이 써놓기도 하지만 안 써놓은 경우에 필요하기도 하고, 일본어를 몰라도 아는 한자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유용함을 느낀다.


 거기에다가 오랜 시간 동안 한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사용해 오며 은 역사적 문헌들이 한자로 쓰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알기 위해서는 배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말로 완벽히 번역되기 전까지는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즉, 우리의 역사적 흔적을 알기 위해서라도 분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종종 한자의 필요성등 한자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면 상당히 격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한자에 대한 필요성과 한자 교육을 찬성하는 쪽은 아직 많은 한자 단어들이 우리말로 완벽하게 번역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한자는 배워야만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에 반해, 반대 측은 한자를 왜 배워야 하냐, 비효율적이다 말하며 한자의 모양 자체를 알 필요는 없고 음과 뜻 정도만 알면 된다고 말을 한다. 예를 들어 水의 경우, 水라는 한자 모양은 알 필요 없고 '물 수'라는 것만 알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자의 필요성에 있어서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한자는 우리말을 이루고 있으며 아직까지 순우리말을 대신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풀이되는 뜻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것에는 둘 다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온전한 형태로 배울 것이냐, 효율적으로 뜻 정도만 취사 선택하여 배울 것이냐로 나뉘는 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서도 나는 가능하면 온전한 형태로 배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말 내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어와의 영역에서도 공통으로 쓸 수 있듯이 쓰임새가 좋기 때문이다. '물 수'같이 한자의 음 뜻만 아는 것은 반쪽짜리 공부이고 오히려 더 번거롭고 암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상황과, 배우거나 더 중심적이어야 하는 학문이 다르고 직업도 다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꼭 한쪽에 치우쳐 고집하기보다는 말이다.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학문이나 직업에서는 세세하게 한자 그대로를 알 필요는 없지만, 나처럼 한자문화권 나라의 외국어나 한자 단어가 많이 쓰인 지식을 익히고자 한다면 온전한 형태의 한자를 그대로 배우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대신에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세계화와 영어가 만국공통어로써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 여겨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영어가 더 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다가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에서 오는 차이점과 한계점 따위로 인해서도 사용의 편리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영어가 더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장 중심적이진 못 하더라도 교양적인 의미나 더 깊고 전문적인 학문의 공부, 변역등을 위해서는 배우고 알아두는 정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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