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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들기 전, 잠시 멈춰서.

취업하기 전 뒤돌아보며 챙겨서 해 보는 생각들.

 요 며칠간, 나는 실감하고 각오하고 받아들이는 식의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바쁘다. 이를 정의해 본다면, 지난 몇 달간 신경은 쓰여도 다소 마음 편하게, 평화로워서 때로는 권태감을 느끼기도 했던 시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과 사실에 멀리 길게 바라보면서 지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의 시간이 귀중한 한 편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만큼 그 변동의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응성이 큰 물질일수록 더욱 격렬한 화학반응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이.


 일을 쉰 지는 이제 4달가량 되었고, 휴식을 취한 것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쉬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길었으면 하고 아쉬웠던 것은 더 즐겁게 나태로운 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나에 대한 개발을 또다시 기약 없이 미루고 혹독한 노동의 현장으로 가야만 하는 현실 때문이겠다.


 일 적으로만 쉬었을 뿐, 약속이 있거나 아무리 바쁜 날에도 책 한쪽이라도 읽는 날들을 보내왔다. 조금의 시간이 더 허락되었다면, 여러 사정과 근속으로 아직까지도 따지 못했던 운전면허부터 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컴퓨터 쪽 자격증 중 필기까지 딸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원 없는 집에서, 내가 뭔가를 하려면 다 내가 번 돈에서 남는 돈으로만 뭔갈 할 수 있다 보면 나는 경쟁에서 한참을 뒤쳐진 지 오래다. 그리고 현실에 못 이겨 다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일하러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키지 않지만, 도움 없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에 오히려 여기서 더 상황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중이다.


 하지만 원하지도 않고, 제대로 만족할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새벽같이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는 공장에  돈만을 바라보며 떠밀려 일을 가게 되는 것은 어떤 생각을 해도 절대로 즐거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울해하며 신세를 비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그래도 몇 달동 안만 다니면 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 것과 적지 않은 금액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으로 마음을 달래는 중이다.

 대신에 합리화에 가까운 그 긍정적인 면이 채워주지 못하는 만큼 나는 가라앉아 버린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생각에 잠겨 버리곤 한다. 이 것은 아마, 불행 속에서 희망과 긍정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일 테지.


 이제 정말 일을 하러 가는 구나라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곧 취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걸 이유로 조금 무리해서라도 약속을 잡아 만나고 있다. 이때, 원래 늘 해오던 일과를 조금 미루거나 덜 하더라도 그렇게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시간을 보내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중이다. 이제 공장 생활을 시작하면 적응하는 초반은 물론 연장이 이어지는 나날 속에서 시간도 맞지 않고 체력도 안 돼 못 볼 것이니까. 그게 못해도 최소 2달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일을 하러 가게 되면 말 그대로 일에 치여서, 없는 여유로 하지 못하는 생각들이나 잊게 되고 챙기지 못할 것들이 생겨나는 것을 대비한다. 그 때문에 잠시 입사지원을 미루고 있기도 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짐을 챙길 때, 주변을 둘러보고 놓고 가는 것이 없나 살피는 것과 처럼.


 무기력하진 않지만 착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 상태에서 떠밀려가는 일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일들을 하다가도, 하던 걸 잠시 멈추고 둘러보고 생각하고 결정하기를 반복한다. 내려진 결정을 토대로 하던 걸 다시 이어서 하다가 마무리 짓기도 하고, 그대로 중단하고서 생각이 난 것을 먼저 챙기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했던 생각 중에는, 앞으로의 생활동안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어떤 형태가 될까라는 것이었다. 그저 고된 생활의 도피처이자 휴식처가 될까? 아니면 돈에 치중된 생활을 하는 중에도 놓지 않는 가는 몇 가닥의 실 같은 희망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어떤 식으로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란 생각도 했다.


 한 단어, 한 문장씩 곱씹듯이 천천히 읽어 가지는 못할 것 같으니 차라리 만화책이나 영상을 보듯 다시 또 읽을 것을 생각하며 가볍고 빠르게 그리고 여러 번 읽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쉬운 수준의 국어 같은 경우는 한 문장씩 곱씹는 느리고 꼼꼼한 독서를 할 것 같고 읽는 책은 마지못해 빠르고 가벼운 독서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직접 일을 해보면서 내 시간은 얼마큼 남고, 일을 하고 난 뒤에 얼마나 힘에 부치며 남는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안 뒤에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에도 끝없이 시도를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고 수정해 나아가야지만, 한동안 지속할 수 있는 괜찮은 방식이 정해질 것이겠지만.


그런데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힘들고, 일을 할수록 지치고 단순한 일에 젖어서 최소한의 양 이상은 도무지 할 수 없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가장 자기 발전적인 부분에 있어선 안 좋지만, 그저 다음을 위한 기초와 기본을 쌓는다 생각하고 우리말에 대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식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돈을 벌면서 하는 준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녹록지 않은 현실로 인해 생각해야 할 어려움이자 그 속의 고뇌이다. 그러나 또 반발심으로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리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기억 속의 대단한 사람들처럼.


이렇다 보니, 뭔가 경제적인 어려움이 나아질 때까지는 가난한 내가 누리고 꿈꾸고 취할 수 있는 건 책을 통해 얻는 지식 따위일 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이 불안정함으로 또 한 번 미뤄지고서 그저 수련하듯이, 덕을 쌓듯이 바탕이 될 것들을 채우고 만들어가는 정도만 겨우 해내지 않을까란 현실적인 예측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출근 시간에 맞춰 생활 패턴도 바꿔야 한다. 다시 재조정해야 할 것은 단연 취침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조용한 새벽을 누리다 자는 생활은 이제 포기해야 하고 12시 전에는 자도록 취침 습관을 바꿔야만 하는데, 일찍 잠자리에 눕는다고 해도 금방 잠이 올리가 없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뒤척였는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그냥 깨어있을 시간이지만, 억지로 자려고 해 봤자 잠이 안 온다면 책을 읽기로 하고 문자를 조금이라도 읽고서 잤다. 확실히 시간을 그저 소모하지 않고 의미 있게 썼다는 안도감과 그 자체가 불안의 흐름을 끊어주고, 그 자리를 꿰차서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뒤척이는 시간이 5분 이상을 넘어가면 그냥 책을 읽어 보도록 규칙을 정해두고 습관으로 만든다면 내 인생에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문장을 단 한 줄이라도 읽는다 해도 쌓이면 태산 같아지겠지.


어제도 그만 평소대로 2시에 자버렸지만, 대신 7시에 일어나 수면시간을 줄였다. 확실히 그래서 밤 10시 반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벌써 졸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 흐름을 타서 곧 잠들어 봄으로서, 출근을 위한 패턴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내일, 드디어 입사 지원을 하고서 결과를 기다리고 그동안에 시간이 좀 있다면 주변 사람들과 한 번 더 시간을 보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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