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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Feb 24. 2022

일시적 노동 해방 후, 고요한 발악의 나날 속에서

퇴근 후 시작되는 시간 속 생각

 주 5일제의 일을 다닌다는 것은 평일의 시간 대부분을 노동에 상납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연속된 출근과 그로 인해 필요한 잠의 양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자야만 하는 시간이 정해지게 되고, 하루의 기한이 생겨나게 된다.


 기한의 시점은 퇴근 직후가 되는 일이 드물다. 왜냐면 회사를 나오면 거처로 이동하는 시간이 있고, 집에 온 뒤에도 씻고 밥 먹고 하는 등의 외출하고 난 뒤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취침시간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 시간은 보통 4-5시간인 편이고,  나의 경우는 보통 8시에서 과정 중에 뭐라도 하다 늦어지면 9시여서, 남은 하루가 보통 3ㅡ4시간이다.

 그날의 노동을 끝낸 후의 시간, 오늘의 노동에서 벗어나 내일의 노동을 하기 전까지의 사이 시간은 퇴근 후 시작되는 또 다른 시간이다.


 노동의 할 때의 시간 동안 노동 안에 있는 규칙, 할 일, 절차, 처리 등으로 인해 신경이 몰려 있는 곳도 하는 생각도 모두 노동 위주가 된다. 하루의 2/3의 시간 동안 나는 일적인 것들에 젖어 있게 되고 그렇게 살아 버리게 된다. 그때 나는 지워진다.


 노동을 하는 건 나지만 노동 중심으로 돌아가며 그 안에 젖어 어가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니, 내가 없다. 그래서 그 시간들은 나의 시간이 맞으면서도 내가 다룰 수 있는 시간일 수가 없어서 나로 살아가는 시간이 아닌 것이다.


 꾸준히 일을 하는 동안에는 퇴근이라는 일시적 해방으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이 하루 끝자락에 생겨나게 된다. 넉넉하진 않지만, 이 시간을 잘 써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서 굴려 다니고 끌려 다니며 살게 될 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하는 대로 하려면 다소 전투적으로 임해야만 했기에 나를 잃어버린 채, 먹고사는 것에 완전히 젖고 꺾이지 않으려는 조용한 발악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생각을 하려 하고, 지금의 나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일시적인 해방이 아닌 완전한 해방을 꿈꾸기도 한다.

 나로 의식하고 내가 생각해서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퇴근 후의 시간이며, 이제부터 이어질 글은 그 시간 속에서의 여러 일화와 생각, 고민과 하는 것들, 계획 따위의 기록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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