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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Sep 10. 2022

누군가의 꿈을 사다

명절, 용산역에서 학생에게서 산 목걸이

목걸이를 사지 않고 착용도 하지 않은지 몇 해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많은 물건 중에 목걸이만큼은 선물 받는 일이 없으니 더 그랬다.


명절 연휴 첫날, 조금 늦게 오후 5시 55분 차 기차를 타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시간은 15분가량 남은 상태로 약간의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다소 빠른 발걸음으로 미리 승차를 하러 가고 있는데 이어폰을 끼고 있어 잘 못 들었지만 앳된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말을 거는지 가까이에 와서 뭔가를 막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적으론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말을 걸어오며 포섭을 하려는 종교단체인 줄 알고 갈 길이 바쁘다며 거절할 준비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내게 목걸이 하나를 내밀며 열심히 설명을 했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디자인 쪽을 전공하고 있고 내민 목걸이와 다른 5개가량의 목걸이도 직접 디자인했다며 함께 보여 주었다. 나비, 체리, 기하학적 모양 등이었다.


무엇을 고를까 생각하다가 처음에 소개를 할 때 건네받은 목걸이의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따로 뭘 나타낸 건 아니었고 금속 디자인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직접 디자인을 해서 시중에서 볼 수 없는 개성이 좋아서 그걸 선택했다.


처음엔 이 목걸이를 그냥 주는 건가? 했지만 역시나 파는 것이었다. 가격은 2만 원. 월급이 전부 다 빠져나가 통장에 남는 돈이 거의 항상 0원에서 몇만 원뿐인 내 재정 상태로는 사실 조금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가격을 이야기할 때, 재료비라도 벌고 싶은 마음으로 낯선 이에게 직접 다가가

 팔러 나왔다는 말에서 느낀 용기와

때마침 명절이었기에, 24살의 꿈을 가진 나보다 어린 청년이었기에, 조금 더 산 인생선배로써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도 돈도 넉넉지 않았지만, 흔쾌히 사겠다고 말한 뒤 계좌이체를 하였다. 그러면서 꿈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산다고 말을 하니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그로 인해 비록 나는 곤란하거나 조금 더 곤궁해질지라도

꿈을 향해 가는 사람은 응원해주고 싶었다.

가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

 보태주고 싶었다.

학생에서 산 목걸이

목걸이를 사서, 감사하다는 말을 뒤로하고

기차를 타러 가는 동안에 문득

아버지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술에 취해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며 한 말씀이었는데


"아빠가 대리기사 아저씨한테 5만 원 더 줬어.

왜냐면 아빠도, 누가 아빠를 위해 줄 때 기분이 좋았거든.

그래서 그 아저씨도 오늘 하루 기분 좋으라고

일부러 더 줬어."


건네주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의 넉넉하지 않은 사정 속에서도

타인에게 응원이나 헤아리려는 마음을 담아

기꺼이 줄 수 있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삭막한 세상을,

아직 살만하게 해주는

인간적 모습인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받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준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건네받은 것을 허투루 가볍지 않게 잘 쓰며

또 다른 이들에게 베풀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갚는 데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24살의 그녀는 그 후로도 만든 목걸이를 다 팔았을까?

그녀 역시 꿈을 이루어

나의 선택을 의미 있게 완성시켜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산 목걸이를 목에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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