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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Jul 02. 2023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를 읽고

도시가 인간다워지는 방법은?

관심 갖는 사람은 없지만, 저만의 묻혀 버린 아까운 명작들이란 주제로 제가 봤던 책 들 중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세 번째 책입니다. ^^;; 


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도 짜증 날 때가 있다. 난 최대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동네 

할아버지들 자전거가 나를 추월하기도 한다. 당연히 차도로 달리는 일도 거의 없다. 인도로만 다니는 데, 

인도와 인도 사이를 건널 때, 차가 그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인도로 진입하는 자전거를 위해 턱을 낮추어 놓은 게 아무 소용없다. 옆에 높은 턱을 넘기 위해 자전거에서 내려 높은 턱을 넘어 다시 인도로 진입해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옆으로 우회해서 인도의 높은 턱을 타고 넘으면 어떤 경우엔 인도에 차들이 줄지어 가득 주차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가야 하는 경우도 꽤 많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인도에 서 있는 차들. 


도심에서 자동차들은 자기가 갑인 줄 아는 것 같다. 인도에 차가 뻔뻔스럽게 올라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정신 나간 녀석들은 인도에 주차해 놓은 차를 타고 차도로 나갈 때, 경적을 울리며 인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윽박지르기도 한다. 하긴, 차가 없으면 초라해지는 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속마음일 거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에서는 서울이 걸어 다니기 무척 불편한 도시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뉴욕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차들도 걸어 다니는 사람을 최대한 배려한다고 한다. 심지어 무단횡단을 해도 걷는 사람이 갑이라고 한다. 미국에선 도심에 대형마트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백화점 같은 곳도 단 1대도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한다. 걸어서 오라는 거다. 우리나라에선 차가 갑이니, 차 없이 돌아다니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차 없으면 버스라도 타고 다녀야 그 초라함이 약간은 상쇄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 가까운 거리를 마을버스 타고 다닌다고 한다.

걸어서 10여분 갈 수 있는 거리도 마을버스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우리나라엔 마을버스도 많고, 노선도 

참 촘촘하다.




차를 우선시하는 풍토니 대형마트에 갈 때도 차를 끌고 가야 한다. 그 많은 것을 들고 오기도 힘들고, 쇼핑용 캐리를 끌고 다니기에는 영 폼이 안 난다. 물론, 마트에 가서 그 많은 물건을 사면 당연히 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은 도심에 대형마트가 있지 않고, 교외 지역에 있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길거리에 있는 상점에 걸어가서 물건을 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심에 대형마트가 마주 보고 있을 정도로 

촘촘히 있다. 당연히 길거리 상점이 장사가 잘 되기 어렵다. 대형마트와 경쟁도 안 되는데, 사람들이 

걸어 다니도 않으니 길거리 상점은 접근성 자체가 떨어진다. 이미 구멍가게는 거의 다 사라지고 자영업자들의 생업은 대형마트에 의해 꾸준히 위협받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잘 안 걷는다.


이 책에서는 아파트를 비롯한 도심계획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파트를 비롯해 큰 상가 건물을 지어 그 안에 모든 걸 집어넣은 뒤,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공원을 조성한다.

공원이라는 곳이 사람이 항시 있는 곳이 아니니 밤에는 슬럼화가 되고 범죄의 위험성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도심에 길거리 상점이 촘촘히 있는 것이 오히려 방범의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파트의 경우도 부동산 가격이 끝없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미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고 내려가는 

상황에 재건축을 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 호황 때는 재건축을 하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나가고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바라고 들어오는 수요가 충분해 활발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이제 그 가능성이 사라졌으니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의 입주자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다. 오래된 아파트는 유지 관리비가 

늘어날 것이고 오래된 아파트를 하나둘씩 떠나면서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유지 관리비는 더욱 늘어나는데, 그 관리가 제대로 되기 쉽지 않다. 결국, 점차 슬럼화되기 시작하고 아파트에 조성된 공원 또한 우범지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아파트 문화에 대해 저자는 우려를 표한다.

앞으로는 다른 건물들과 어울리는 5층 정도의 높이의 아파트가 나와 도심에 융화되는 것이 아파트의 

바람직한 미래가 아닐까라고 저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뉴욕의 브런치를 즐기는 카페의 예를 들며, 도시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저 카페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나 낯선 사람들과 나름의 방식을 갖고 소통을 하며 식사를 한다


이외에도 농촌의 모두가 알고 지내는 촌락문화가 아직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가 지배하는 가운데 

현대적인 폐쇄적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불만족을 키우기 위해 찜질방, 노래방 등등 여러 방이 

기형적으로 생긴다는 의견은 매우 독특했다. 농촌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공유공간이 많은데, 그런 

곳에서 일어나야 할 커뮤니티 형성이 ‘oo방’이라는 형태의 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해석도 현대 도시인들의 정서가 얼마나 허전한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소음이 많은 곳에 아파트를 지어 모든 것을 차단하고 흉물스러운 방음벽이 세워졌다. 이런 곳에는 창고나 업무용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천만이 사는 서울이 압축 성장을 거치며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그 안에 사는 우리들이

도시의 화려한 모습에 치여서 인간답게 사는 도시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걷기, 아파트, 

방음벽 등등 도시 속 여러 모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지적한다. 아마도 사람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도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참 많은 책 같은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전체 내용이 생각나는 않지만, 읽을 당시엔 약간의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신선하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책이었다. 우연히 최근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부분 부분 읽어봤는데,

역시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어 반 정도 다시 읽은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한 부분보다 더 괜찮은 내용이 많다.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하지 못하는 편인데, ‘블랙라이크미’와 

더불어 아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책이다.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강추!


다만, 201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 대형마트가 압도적인 위세를 과시한다는 말은 요즘의 상황과 좀 다른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책 자체가 갖고 있는 일관된 주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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