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운동을 시작했던 동네 공원에도 가을이 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찜통 같은 더위에서 운동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상쾌한 기분이 든다.
내가 주로 운동을 하는 밤에는 온도도 대체적으로 20도 가까이 떨어지며, 솔솔바람이 불면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렇게 운동하기 좋은 날이 되었지만, 오히려 운동하는 사람은 줄었다.
워낙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그 폭염이 몰아칠 때도 6~7명 정도는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요즘에는 1~2명 정도만 있다. 어제처럼 비가 온 날에는 아예 아무도 없고.
운동을 나가면 한 시간 정도 동안 죽도록 한다. 풋샵 150개, 윗몸일으키기 300개,
달리기 20분 이상과 각 종 몸풀기 운동 등등. 이렇게 열심히 운동한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이 닥치면,
그야말로 무기력해져서 여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날이 더운 것보다, 살이 찌고, 특히 내장비만이 심화되어 5월에도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면,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체력이니, 본격적인 더위가 몰아치는 여름에는 산송장처럼
지내는 게 당연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낮에 그 엄청난 폭염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여전한 가운데,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도 땀을 바가지로 흘리면서 거의 매일 운동한 것은, 그다음 날 몸이 약간은 가벼워지고, 덜
더운 듯한 효과를 느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요즘 같은
잔인한 여름을 견디기에는 택도 없을 정도의 저질의 몸이다.
이대로는 매년 다가 올 잔인한 폭염을 견뎌내지 못할 거라는 절박함이 매일 공원으로 나를 이끌었다.
계속 운동을 나오다 보니, 어떤 관성이 생긴 것 같다.
어떤 날은 정말 운동하기 싫지만, 건너뛰면 안 될 것 같아 간단하게 몇 가지 운동으로 몸 푸는 정도만
하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공원에 도착하면, 신기하게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어느새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일단 공원에 나온다. 이젠 관성이 생겨 열심히 운동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이끈
것은 결국, 처음도 끝도 절박함이었고, 지금 운동하는 나를 버티게 하는 것도 절박함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 절박함을 자꾸 깜빡깜빡한다.
그동안 운동을 해서 전 보다 살도 빠지고, 더위도 조금은 덜 타고, 날도 시원하니 여름에 느낀
불편함이 사라져 운동할 생각을 자꾸 잊는다. 여전히, 내 몸은 과체중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저질 체력인데도 말이다. 물론, 운동을 해야겠다는 경각심은 들지만, 내일 하면 되지 하고 미루고,
이틀 정도 미루고 나면,
'내가 운동선수도 아닌데,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이면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니야?'
라며 합리화한다. 어제도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이런 식이었구나...'
평생을 이런 식으로 미루며 뭣 하나 제대로 못해 불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는 핵심을 깨달았다.
절박함을 느끼고, 좀 잘하는 가 싶더니, 이런 식으로 미루며 망친 단 말이야?
또, 이럴 거야?
각성을 한 나는 어제 많은 비가 예고되었음에도 외출할 때, 가방을 감쌀 비닐봉지 두 장을 준비해서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볼 일을 본 뒤, 공원에 가서 한 시간 동안 역시나 죽도록 운동했다.
예보대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
운동을 마치고, 가방에서 비닐봉지에 넣었던 샌들을 꺼내고, 양말을 벗어 운동화에 쑤셔 넣은 뒤,
빈 비닐봉지에 넣어 가방에 넣었다. 가방은 미리 준비한 비닐봉지 두 장에 겹으로 싸서 자전거
바구니에 넣었다. 퍼붓는 비를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에서 땀범벅이 된 몸이 씻기는 상쾌함은
신체의 한계까지 운동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단련시켰던 그 절박함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뿌듯함이 신이 나서
점점 빨라지는 자전거의 가속도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