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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스물다섯에 망한 인생이라 행복한 소리하고 자빠졌네

필명을 '망한인생갱생'이라고 한 이유나 들어보자

by 망한인생갱생


안녕, 독자들. 망갱이다.

건방진 말투와 다짜고짜 자신을 망갱이라고 줄여서 소개하는 불친절함. 아, 이런 게 요새 말 많은 그놈의 MZ세대라는 건가, 하며 들어왔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나는 앞으로 '망한인생갱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글을 쓸 25살 백수이다.

필명이 어쩌면 좀 기괴하고, 나보다 몇 년, 몇십 년을 더 살았을 어른들에게는 비웃음 당할 만하다.

지가 뭘 해봤다고, 무슨 고생을 했다고. 20대 후반도 아니고 웬 스물다섯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가 벌써부터 인생이 망했다고 푸념하나 싶을 것이다.

좋게 말할 때 행복한 소리고, 다른 한 편으론 징징대는 우는 소리라 지적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어이없게도 사회적 평판으로 봤을 때의 나는 딱히 백수라는 타이틀 말고는 부족함 없이 자란 철딱서니이다.

재혼가정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계신 엄마의 축복 덕분인지 인복은 차고 넘쳤다.

일곱 살 무렵 내 생애 두 번은 없을 훌륭한 새어머니를 맞이했고, 지금도 든든한 내 편으로 엄마랑 친구처럼 지낸다.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30여 년을 근무하고 계시고, 최근 들어 넷플릭스와 쿠팡 택배에 중독되신 것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는 훌륭한 아버지시다.

그에 비해 나는 스물다섯이나 처먹고 한 달에 30만 원씩 용돈을 받아먹는데, 아버지께 보낸 카톡 중 대부분이 돈이 좀 더 필요하다는 애교인 걸로 봐서 그 꼴이 퍽 우습기도 했다.


성격은 장담 못하지만 가벼운 비판을 좋아하고, 외향적인 편이다.

내 성격을 완전히 이해하는 친구들이 오랜 시간 나를 떠나지 않는 걸로 봐선 인간관계도 그럴싸하다.

감당 안 되는 소리이긴 한데, '공부'를 꽤 좋아한다. 이것저것 배우는 것, 처음인데도 도전하는 것, 충동적으로 시작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그럼에도 혼자서 사색하거나 글을 쓰는 것 또한 즐긴다.


불우한 스토리도 없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웬 백수가 인생이 망했다고 하다니.

좀 격한 표현이지만 나는 마주하는 매 순간이나 선택을 내가 망쳐버릴 때가 있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저녁에 카페에서 고른 메뉴가 진한 플랫화이트였다던가, 매 순간 배달음식을 참지 못해 몸무게 10kg를 얻고 배달에 쓴 지출이 500만 원이 넘었다던가, 그렇게 찐 살 때문에 히키코모리처럼 집에만 있고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았다던가, 다이어트를 했지만 폭식증도 생겨서 2주에 한 번씩 토할 때까지 먹는다던가, 하루 종일 유튜브나 넷플릭스, 웹툰에 빠져 아무것도 안 하거나, 알바를 끊임없이 하고도 모은 돈이 없다던가, 종종 과거가 생각나 한동안 우울함에 빠져있다던가, 남들은 학업이나 취업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이뤄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보여드릴 결과가 없다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미치도록 싫어서 자책한다던가......


여러분도 비슷한 이유로 삶의 한 조각을 망칠 때가 있는가? 나는 수없이 망친다. 그래서 매번 나를 갱생한다.

그래서 앞으로 쓸 글들은 그 '갱생'에 포인트를 두고 써 내려갈 이야기들이다.

내 손으로 망쳐버린 선택이나 하루가 있어도, 그 인생을 계속 다시 갱생해보려는 어느 청년의 고군분투다.

다들 잘 알듯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나도 죽기 전까지 갱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재밌는 인생 아닌가?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은 재미없을 거라고 감히 확언한다.


내 시시콜콜하고 쓸데없는 이야기가 심심할 때 썩 읽을만하다면,

계속 내 글과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갱생


1. 거의 죽을 지경에서 다시 살아남

2. 마음이나 생활 태도를 바로잡아 본디의 옳은 생활로 되돌아가거나 발전된 생활로 나아감*




내 맘대로 글 요약&여담


: 웬 부족함 없어 보이는 백수가 자신이 망쳐버린 선택이나 하루를 계속 계속 갱생해가는 글을 쓴대요.

글 스타일이 날카롭고 '예민 미'가 돋보임. 허지웅 작가 스타일의 글을 좋아해서 그런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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