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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Dec 23. 2022

[고시원3] 반강제로 매일 노천욕 하기

마치 홋카이도 같구나




딱히 별일 없었다. 어제보단 속이 좀 괜찮아져서 병원은 가지 않기로 했다.

아침은 집에서 챙겨 온 오트밀과 락토프리우유 조금.

점심은 본죽 시켜 먹을 때 받은 반찬과 김을 꺼내 고시원 밥하고 같이 먹었다.

본죽 장조림이랑 오징어 초무침은 원래 맛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김치가 내 취향. 시원하니 맛있었다.






나침반 어플을 켜서 창문 방향을 확인했는데 정확히 북향이다.ㅋㅋㅋㅋ

근데 생각 외로 햇빛이 잘 든다. 앞에 바로 학교가 있어서 쾌적하다. 오전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생동감이 느껴져서 아침을 같이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늦은 오후에는 학생들이 없으니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교보문고가 가까워서 좋다. 어제 까먹은 노트들을 사 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구움 과자집도 근처에 있어서 레스큐어 휘낭시에를 두 개 포장했다. 광명에서 배달시키면 배달비만 6천 원 이상 나오는데 포장할 수 있는 거리라서 너무 좋았다.



오늘이 이번 년도에서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중무장을 하고 나갔음에도 너무 추웠다.

목동과 신정동 도시 자체가 건물 사이의 바람길이 너무 많다. 여름에는 시원할 것 같은데 겨울바람 때문에 귀가 떨어질 뻔했다. 근데 추운 만큼 공기는 굉장히 맑아서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는 곱도리탕 1인분을 시켜 먹었다. 리뷰 서비스로 온 우동사리와 곱창만 건져먹고 닭고기는 미리 용기에 옮겨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내일 밥 볶아 먹어야지.








분명 오전 중에는 속이 괜찮았는데(곱도리탕 먹기전에) 다시 막혔다. 답답해진 나는 물 사러 갈 겸 근처 약국으로 갔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소화불량+목 이물감을 설명하니 약사님이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다.

용법에 맞게 싹 다 사들고 와서 털어먹었다.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경험상 역류성 식도염은 '신경성'인 경우가 많다. 약 뒤표지를 확인해 봤더니 약간 항우울+불안신경증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있다. 약 꼬박 먹을 테니 제발 빨리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내 방은 화장실+샤워실에 외창이 있다. 따뜻한 물을 써서 샤워를 하면, 수증기와 물을 말려줘야 하므로 샤워 후 몇 분간 창문을 열어놔야 한다. (고시원은 크기가 작아서 수증기가 방으로 오면 결로나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더군다나 창문을 닫고 씻어도 화장실은 외부와 가까워서 정말 춥다.


그래서 씻을 때마다 반강제로(?) 노천욕을 하고 있다. 수압이 조금 약하긴 해도 물은 뜨끈해서 다행이다. 씻는 도중에는 춥지 않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즐겼던 노천탕이랑 느낌이 비슷하다... 나 이럴 땐 진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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