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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Feb 26. 2023

[일상] 선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다시 우중충



평소엔 마냥 비판적/냉소적/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늘 생각해 보니 선하고 여유로운 사람도 되고 싶다.

아침에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어가다 아주 작고 하찮은 머리끈을 떨어뜨렸는데

자신은 카페 내부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입구 밖으로 한걸음 나와서

"학생, 머리끈 떨어뜨렸어요(방긋)" 하고 말해주는 아저씨.

나는 혼자 있어도 미간을 펴지 못하는 고질병에 걸렸다면, 그분은 가만히 있어도 여유와 선함이 뚝뚝 흘렀다.


그래서 선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현실은 내 성격을 점점 더 고립시킨다.







매번 아침 빨리 먹고 공부하러 가는 걸 알면서도, 오늘은 왜 가족들이 먹은 그릇 설거지 안 하냐는 아빠.

나 먹은 것만 씻어놨다고 혀를 끌끌 차는데.


같이 먹은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먹은 그릇이 한두 개도 아니고. 나는 그릇 하나 써서 얼른 치우고 나가는 건데.

쉬어서 버렸는지 싱크대를 가득 채운 국 건더기는 거름망도 아닌 그릇 옆에 잔뜩 쌓여있었다.

이걸 나보고 치우라고? 나 먹은 그릇 설거지 하는 것도 마다하지 못할지언정, 손에 물 묻히기 싫은 건 다 마찬가지일 텐데. 본인은 생색 엄청 내는 명절 빼고 설거지 거의 안 하면서.

아님 딸내미가 나이 지긋하게 5-60살 먹고도 설거지만 하며 살길 바라시나 보다.(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비하 의도가 전혀 없다.)


실제로 취업도 결혼도 안 해도 되니까 평생 집안 살림이랑 청소, 밥이나 하라고 들은 적 많다. 아버지 당신이 돈을 쌓아놓은 것도 아니고, 평생 돈 벌 것도 아니면서...

농담이라고 해도 반복되면 너무 진절머리 난다.  







나는 원래 밝은 사람인데, 매번 우중충해지는 걸 반복하다 보면

항상 냉소적인 스탠스를 유지해야 하나 싶다.

그럼 에너지가 더 드는데...

지금은 체력을 공부하는데만 써도 부족하다고...ㅠ



우연히 발견한 요구르트 차에서

'쉼'이라는 신상 요구르트를 사봤다.

맛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며 한 입에 털어 넣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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