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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Jan 18. 2023

내 숙제는 내가 해결한다

50일 동안 매일 글쓰기, 11일차

23-01-11

오늘의 요가 선생님 말씀 정리



#1

가끔씩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까지 수련하냐고 선생님께 물어볼 때가 있다고 한다. 그 정도면 됐지 않냐고.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거의 매일 비슷한 동작을 해도 조금씩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어제보다 조금 더,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늘 똑같아 보이는 수련을 하신다고 하셨다.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보다 더 편안하게, 안정감 있게,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언제나 초심자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이셨다.

진짜 깊이있는 실력을 갖췄을 때만이 나올 수 있는 대답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요가 선생님들은 이렇게 다들 멋질까. 찐 전문가의 포스가 넘쳐 흐름과 동시에 한없이 겸손한 태도. 마음 그릇이 넓은 자의 여유와 너그러움 또한 우아하게 흘러 나온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지만 좋아하는 요가 선생님들을 롤모델로 삼고 일한다. 한 분야를 진심으로 공부하고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깊이감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이러한 존경심을 느끼며 좋아하는 선생님들을 소심하게 덕질하는 것이 내 작은 취미인데, 예전 요가원 원장님께는 댕댕이처럼 마구 치대며 사랑을 고백하곤 했다. 반면 이번 원장님께는 좋아하는 티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 요가원 분위기가 조금 다른 탓인것 같은데 (좀 더 근엄하달까) 여기선 좀 많이 쑥스럽다. 대신 질문을 많이 드리고 수업 안 빠지고 열심히 수련하는 모범생의 방식으로 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앞 자리를 사수하려는 노력 또한 빼놓지 않는다. 



#2

사람마다 막히는 동작, 쓰기 힘든 부위 하나 즈음은 있기 마련인데, 그것 때문에 지금 요가를 포기하고 떠나면 결국은 다른 운동에서도 같은 부분에서 부딪히고 포기하고, 그렇게 유목민처럼 돌고 돌아 결국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여기서 해결을 해야 한다. 누가 해결하나? 선생님? 부모님? 아니,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 깨우치며 넘어서야 한다.


작년 11월부터 왼쪽 손바닥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차투랑가, 업독을 할 때. 이 두 동작은 아쉬탕가 요가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는데 자세를 이어가기 힘든 정도의 심한 통증이 밀려오니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이러다가 영영 요가를 못하게 되는 거 아닐까?’하고. 선생님께서 통증의 이유와 대안을 알려주시고 시간을 조금 가져보길 권하셨다. 몸 다른 부분에 필요한 감각을 더 익히고 힘이 쌓이다 보면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12월이 끝날 때까지 무릎을 붙였다 뗐다, 손가락을 이렇게 저렇게 오므려 보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몸을 관찰하고 시험했다. 하루 좀 괜찮다 싶으면 다음 날 또 통증이 느껴지고, 그렇게 아프다 말다하며 소소한 희비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1월 중순이 된 지금, 완전히 깨끗한 상태는 아니지만 차투랑가, 업독 자세를 원래 자세로 통증 없이 잘 해내고 있다. 몸소 깨닫고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려운 숙제 하나를 끝내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 사이 왼쪽 무릎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받고….. (망할) 내 몸뚱아리에 좀 열받아 있는 상태이긴 한데, 천천히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겠지…..? 자, 심호흡 한 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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